내일시론
우리가 생활인구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인구가 현재의 1/3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2072년 우리나라 인구는 3622만명(중위추계)으로 2022년 5167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30%가 줄어든다. 일론 머스크가 말한 것과는 차이를 보이지만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마카오와 홍콩을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 2020년에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는 인구 데드크로스도 발생했다. 국가소멸을 걱정할 수준이니 지방의 인구감소는 말할 것도 없다.
인구감소 대응하고 생활유형 변화 반영하기 위해 도입
지방소멸은 낮은 출생률과 지방청년들의 수도권 유입이 원인이다.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이동시키지 않는 한 지방에서 인구를 늘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막을 수단도 없다.
최근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 것은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 및 외국인등록인구 외에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인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서울시가 KT와 합동으로 인구추계를 시작하면서 ‘생활인구’란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지방의 인구감소를 경험한 일본의 ‘관계인구’와 유사하다. ‘생활인구’와 ‘관계인구’는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교통·통신이 발전함에 따라 이동성과 활동성이 증가하는 생활유형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본에서 ‘관계인구’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5년 전후 인구감소추세가 시작되고 동시에 귀촌흐름이 형성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의 귀촌현상은 은퇴를 맞은 전후세대의 고향 회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를 계기로 20·30대 젊은세대가 고향으로 유턴하는 두가지 양상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관광인구의 특산물 구입이나 반복방문, 두 지역 거주 등이 진행돼 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국내 비수도권 지역방문이 급증했고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두 지역 거주가 진행됐다.
이를 배경으로 2023년 시행된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에 ‘생활인구’ 개념이 공식적으로 포함됐다. 인구감소지역지원법은 주민등록상 주민 외에 시군구를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을 ‘생활인구’로 규정해 정부와 지자체가 필요한 정책을 시행토록 한 것이 핵심이다. 기부인구를 ‘생활인구’에 포함시키기 위해 제정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이나 2022년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1조원 규모의 지역소멸대응기금 또한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국내 지자체들도 2021년부터 여러가지 생활인구사업을 시작했다. 경북도는 2022년부터 주민등록지와 상관없이 경북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1시군 1관계인구 특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는 2022년 ‘전북사랑도민증 제도’를 도입했다. 출향도민, 직장·교육·군복무 등으로 1년 이상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과 고향사랑기부자들이 대상이다. 전남도는 이에 앞서 ‘지역에서 한달살기’ 정책을 시작했으며, 전국 지자체 상당수가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소멸 막기 위해선 생활인구 늘리는 수밖에 없어
아직 ‘생활인구’ 정책은 걸음마 단계라 허점이 많은 상황이다. 우선 인구소멸기금을 활용한 지자체 사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기금을 통해 잘 만든 축제나 행사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생활인구’가 늘겠지만 한시적 사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체류인구를 늘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지자체 인구조례는 방향성이 문제다. 현재 제정된 인구조례는 양적인 인구증가를 목표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좀더 ‘생활인구’를 늘리는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생활인구’의 기준을 ‘월 1회 이상 체류’로 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월 1회 이상 방문’하는 인구가 많아진다고 인구 감소문제가 해결되고 지역활성화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
‘생활인구’의 도입은 전통적 인구인 주민만이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폐쇄적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자연적 인구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지방소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생활인구를 꾸준히 늘리는 것 밖에는 없다. 이것이 우리가 ‘생활인구’에 주목하는 이유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