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기술과 함께 나눔기술 갖춘 교사 양성 필요”

2024-11-29 00:00:00 게재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 위한 교원양성 모델 개발 확산 … 정책 성공 여부, 학교 관리자 인식과 리더십에 달려

초저출생 시대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기초학력 부진, 학교폭력, 아동학대, 심리·정서적 문제 등 도움이 필요한 위기 학생은 급증한다. 하지만 맞춤형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학생의 상황에 맞는 통합적 지원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다양한 기관의 서비스와 자원을 연계하는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생지원에 필요한 정보 등을 관련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 된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발의돼 입법을 앞두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한 교사의 역량이 강조된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온종일 담임교사가 학생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교사는 수업기술 향상 뿐만 아니라 학생을 바라보고 문제 상황을 진단하고 학부모와 긴밀하게 협조해 풀어나가는 나눔전문가가 돼야 한다. 교사에게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한 전문성 개발이 더욱 중요한 근거다. 27~29일 동안 학생맞춤통합지원 관련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에 진전이 있었다. 운영사례 중 주목할 만한 내용을 소개해 달라.

문창민 서울 방화초교사 : 1학년에 배정 받고 3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교실에는 자폐인 친구가 1명이 있었고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로 의심되는 학생이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신청 했다. 방과 후에 상담 클래스에 다니기 시작했고 가정에서 적절한 훈육방법을 코칭하기 위한 외부 기관의 가정방문, 정신 상담을 통해 그 아이에게 알맞은 치료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2학기가 되자 그 아이는 완전 다른 아이가 됐다. 더 안전하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 됐고 지금은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한다.

백효웅 경북북삼중교사 : 2023년 한 학생의 위기 상황이 담임교사와 교육복지사에 의해 발견돼 교육복지부에 접수됐다. 즉시 교내 학생맞춤통합돌봄 회의를 한 후 학생의 복합적 위기 상황을 진단했고, 이 학생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그 결과 경제적 지원, 교육복지 프로그램 지원, 학습 지원, 가정환경 개선, 학생 심리 상담 등이 교내 관련 부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동시 복합적으로 실시됐다. 이후 학생은 2년째 잘 성장하고 있으며 여전히 북삼중 학생맞춤통합돌봄팀의 모니터링을 받으며 필요에 따라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

한동균 서울교대교수

한동균 서울교대교수 : 제주 토산초등학교는 일찍이 시행된 제주도의 학생맞춤형 지원 정책을 기반으로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교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함께 해결하겠다”는 학교 구성원들의 협력적 마인드는 위기 학생 지원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핵심 요인이다. 서울 방화초등학교·신은초등학교, 제주 토산초등학교 사례를 통해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해서는 학교 관리자의 리더십, 조직문화, 협력적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이 학교 현장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민희 대구대교수

김민희 대구대교수 :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기존의 사업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발굴-진단-연계-지원-관리’ 체계를 갖춤으로써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 통합 및 전달체계의 전환은 학교 현장에서 모든 구성원들 참여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의 본질적 모습을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창민 서울 방화초교사 :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은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포괄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해 모든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담임교사 한명이 다양한 친구를 혼자서 이끌기보다 학교 전체-외부 기관-가정을 연결해 그 학생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이끎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가 구축되려면 필요한 교사의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동균 서울교대교수 : 학생맞춤통합지원의 첫걸음은 교사의 세심한 관찰과 전문적인 위기 학생 발견 능력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바쁜 교육 활동 중에도 학생들의 미묘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교육적 감식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학생들 특성에 대한 관심과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심리·정서적 위기 학생, 장애 학생, 다문화 배경 학생 등 각 학생이 지닌 고유한 특성과 배경에 대한 포괄적이고 민감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학생과 학부모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소통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상호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설득과 문제 해결 능력, 섬세한 대인관계 기술도 모든 학생 지원을 위한 교사의 핵심 역량이다.

백효융 경북 북삼중교사

백효웅 경북 북삼중교사 : 학생들의 위기와 필요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필 줄 아는 교육적인 안목과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학생들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 제때 발굴되느냐, 발굴되지 않느냐의 차이가 결국 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 및 성장으로 이어진다. 같은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학생이라도 관심 있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느냐, 혹은 무관심하게 지나치느냐에 따라 향후 그 학생이 누릴 수 있는 미래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희 대구대교수 :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갖춘 단위학교는 ‘학생맞춤통합지원팀’을 구성하고 어려움에 처한 학생을 ‘발굴-진단-연계-지원-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담임교사, 교과담당교사 뿐 아니라 상담교사 보건교사 영양교사 등 단위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지원팀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발굴 단계에서부터 학생을 관찰하고 다른 교사들과 협력해서 학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통합지원팀에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한 교사의 역량을 갖추려면 예비교원의 단계에서 어떤 능력을 익힐 필요가 있나?

김민희 대구대교수 : 교사의 역량은 하루아침에 높아지는 건 아니다. 교사들은 임용 이후 수업과 학생들의 생활지도, 행정업무 등이 많아지면서 학생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위기 학생들이 증가하는 현장에서 교사는 가장 가까이서 학생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주체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교과지도 및 생활지도 측면에서 다양한 학생들에 대한 이해와 지원, 학생 지도 과정에서 상담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과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들을 예비교원 단계에서부터 교육과정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동균 서울교대교수 :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제도를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 정책의 배경 목적 실행 방식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위기 학생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한 전문적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와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전문적인 상담 기법, 신뢰 구축 방법,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기술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사 자신의 심리적 성장과 회복탄력성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예비교원 단계에서 필요한 교사 역량을 익히기 위한 교사대에서의 학생 교육 방안은?

한동균 서울교대교수 : 무엇보다 이론과 실제가 조화를 이루는 교육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양한 위기 학생들을 이해하고 관련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이론적 내용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 문제 상황을 해결해 보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활동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역할극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기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적, 정서적 요구를 이해하고 문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김민희 대구대교수 : 예비교원 단계에서 교사대에서 학생 교육 방안은 교과 비교과 교육봉사 현장실습 등 각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각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의 내용과 체계를 반영한 교사대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별 교수들은 교직과목 전공과목 등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의 관점과 내용을 반영한 수업설계 및 진행을 담당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비교과 활동, 교육봉사 및 학교현장실습 과정에서 위기학생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학교 현장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팀이 운영되는 과정에 참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교육 방안이 될 수 있다.

문창민 서울 방화초교사

문창민 서울 방화초교사 : 교사대에서는 학생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요구를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제공해야 한다. 아동 발달, 심리학, 그리고 다양한 학습 이론 등에 대한 교과목을 개설해야 할 것이고 또한 변화되는 시대와 사회상에 따른 학생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실습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이론과 실제는 종종 그 괴리가 커서 막상 현장에 나오면 배웠던 이론들을 실제로 접목 시킬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해진다. 교생 실습을 조금 더 확대하고 현장 연수를 통해 학생 맞춤형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대학생부터 연습할 필요가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착을 위한 중앙정부·교육지원청 및 교원양성기관의 지원과 협력 사항은?

한동균 서울교대교수 :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학생맞춤통합지원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위기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 특히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의 성공 여부는 학교 관리자의 인식과 리더십에 크게 달려있다. 따라서 학교 관리자 연수를 통해 정책의 취지와 운영 방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한 지역 기관과의 연계 등 개인이나 단위 학교가 구축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나 교육지원청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 인력 지원, 연수를 위한 교육 자료, 강사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며 여전히 개별 사업으로 내려오는 예산도 통합될 필요가 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사진 내일신문

내일신문·한국교육개발원 공동기획

학생맞춤통합지원이란

2022년 8월 교육부는 ‘학생성장통합지원 체계’를 ‘학생의 학습 참여를 어렵게 하는 원인인 경제적 어려움, 아동학대, 기초학력, 학교폭력, 심리·정서 문제 등을 제거하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학생 중심의 맞춤형 통합 지원 체계’로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을 ‘교직원의 협력적 소통을 통해 복합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을 조기에 발견·개입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필요와 요구에 맞는 맞춤형 통합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학생 성장을 도모하는 체계’로 정의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별로 ‘학생맞춤통합지원 역량 강화’ 및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수가 실시되고 있다. 또한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를 대상으로 사례체험 중심 연수도 실시되고 있다. 현재의 분절적인 학생지원 시스템은 ‘조기 발견-맞춤형 지원-지역 및 정보연계’라는 새로운 지원 플랫폼으로 개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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