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하루만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 선회…“초부자감세 공조”

2024-12-02 13:01:31 게재

<0.03% 대상>

상속·증여세 완화엔 ‘초부자감세’라며 거부

진보성향 야당·시민단체 “우려가 현실로”

대통령실·한동훈 대표 곧바로 ‘환영’ 입장 내

“국민 이겨먹는 정치 없어” “결국 여론에 굴복”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시행하기로 했던 ‘초부자과세’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한 데 이어 가상자산 과세를 2년간 연기하기로 했다. 이 제도들은 민주당이 대통령을 만들어낸 후인 2020년에 문재인정부에서 도입된 것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민주당 강령에 준해 오랫동안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지난해 ‘연기 요구’를 꺾지 못했고 올해는 ‘폐지’와 ‘연기’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부자감세’라는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표심’을 선택한 ‘먹사니즘’의 전형적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우려 직후 결정됐다는 점에서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진보진영에서 커지고 있다.

발언하는 박찬대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일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가상자산 과세를 준비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고 예고돼 있었다”면서 “결국 다양한 이유로 가상자산을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되고 민주당이 초고소득자 감세에 동조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윤석열정부에 대해 비판했던 부자감세 명분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한 깊은 논의를 거친 결과, 지금은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오랜 숙의와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800만명에 가까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에 민주당도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2년 유예’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1500만명 주식투자자들의 고려해 금융투자세 과세에서 폐지로 원칙보다 표심을 따른 것과 같은 경로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이유로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금투세를 강행하는 게 맞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주식시장에 기대는 투자자 1500만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과세 원칙과 부자감세 반대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민주당은 금투세의 경우에도 ‘유예’가 아닌 ‘폐지’로, 가상자산 과세 역시 ‘과세 대상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20배 상향조정해 내년부터 과세하는 안’도 검토했으나 결국 윤석열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곧바로 ‘환영’ 입장을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집중해서 주장해온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결국 결정됐다”며 “청년을 위해 좋은 일이다. 국민을 이겨먹는 정치는 없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오락가락하다가 이제 또 여론에 굴복해서 아마 그런 방침을 최종 확정한 것 같다”고 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예가 실제 실행된다면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하루 만에 찬성할 입장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동안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왜 합의하지 못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기재위 내에서도 다수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결국은 이재명 당 대표와 지도부의 입만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당의 연이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부자감세로 선회’한 데 대해 진보진영 소수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진보당은 2일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이쯤 되면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이든, 거대야당이든 과세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로 제시한 ‘해외거래소 거래내역 비공유’ 문제에 대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구 영국 호주 독일 일본에서는 과세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지표 확장이라는 정치적 논리로 정책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향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임을 민주당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진영 소수정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미 “확고한 이재명 일극체제에서 민주당정부가 추진하고 관철한 정책이 어떻게 단숨에 뒤집히는지 금투세를 통해 확인바 있다”며 “민주당은 더 이상 조세원칙과 정치 신뢰를 무너뜨리지 말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배당 분리과세나 상속세 증여세 완화에 대해서는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에게 “상속·증여세법을 부결시키려는 이유는 초부자 감세이기 때문”이라며 “부결로 1조5000억원정도의 세수가 (정부안보다) 더 걷힐 걸로 본다. 이 추가 예산으로 여당과 협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대상은 전체 주식투자자의 1%에도 미치지 않는데다 가상자산 과세 대상 역시 민주당이 검토했던 ‘투자이익 5000만원 이상’의 경우 전체 가상자산 투자자의 0.03%만 해당돼 이를 폐지하거나 연기하는 것 또한 ‘초부자 감세’에 해당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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