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까지 번진 ‘맛 전쟁’
‘미식은 못 참아’ 미코노미족 집중 공략
요리경연 인기에 ‘좋은 음식’ 관심도 높아져 … 급식기업들 유명 외식·특식 앞다퉈 선봬
급식기업 구내식당간 ‘미식 전쟁’이 치열하다. 유명 외식이나 해외 특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미코노미족’을 공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코노미는 나를 위한 가치소비를 뜻하는 ‘미코노미’(me+economy)와 맛을 뜻하는 한자 ‘미’를 결합한 신조어다. 자기 만족을 추구하며 미식을 즐기되 합리적인 가격도 고려하는 소비행태를 뜻한다. 무조건 싸다고 사먹진 않는다는 얘기다.
‘흑백요리사’ 같은 요리경연 방송이 인기를 얻으며 미코노미족 증가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맛을 포기할 수 없지만 너무 비싸 자주 못먹는 ‘미식’을 구내식당이 서둘러 도입하는 이유다.
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런치플레이션(점심 물가 상승)이 지속되며 ‘미코노미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자장면 한그릇 평균 가격은 9월 7308원에서 지난달 7385원으로, 칼국수 가격은 9308원에서 9385원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수도요금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상승으로 외식물가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코노미족 사이에서 구내식당이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내식당은 유명 맛집과 협업해 특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유명 맛집 대안으로 자리잡을 모양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급식기업들이 맛과 가성비는 물론 맛집 메뉴와 같은 특식을 제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푸드서비스 단체급식 브랜드 본우리집밥은 ‘브랜드 데이’를 운영하며 유명 맛집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엔 미쉐린 가이드에 8년 연속 선정된 황생가칼국수를 중식으로 내놓았다. ‘외식’과 같은 맛을 내기 위해 황생가칼국수 본사 직원이 직접 조리 교육을 실시해 급식 품질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본우리집밥은 지난해부터 유명 외식브랜드와 손잡고 미식을 내놓고 있다. 디저트 가게인 노티드,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포비, 태국 요리 전문점 콘타이, 일인 피자 전문점 고피자와 손잡고 이들 메뉴를 점심 저녁 급식 때마다 제공했다. 여기에 6000원대 제철 식재료 식단까지 선보였다. 미코노미족 맞춤형 메뉴인 셈이다.
본우리집밥 측은 “이용 고객이 직접 만족도를 평가하는 순고객추천지수(NPS)에서 2.3점 증가한 80.6점을 기록하며 자체 조사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해외 인기메뉴를 들여와 차별화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예컨대 미국 핫도그 브랜드 더트도그 대표 메뉴인 ‘엘로떼도그&더트 프라이’와 일본 계란말이 전문점 마루타케의 계란말이 샌드위치 ‘타마고산도’를 구내식당 메뉴로 선보였다. 또 미국 스테이크 전문점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비비큐(BBQ) 플래터, ‘한솔냉면’의 물냉면 등 유명외식업체 메인음식도 미식 차림표에 올렸다.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왕푸징 마라탕과 망원시장 튀김가게 바삭마차 메뉴도 구내식당 반찬으로 나왔다. 현대그린푸드는 밀키트를 만든 비법을 단체급식에 적용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 메뉴를 저렴하게 대량 공급하기 위해서다. 역시 미코노미족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급식·식자재 유통기업 삼성웰스토리는 최근 요리 인플루언서(유명인)이자 방송인 정준하·이봉원씨, 유튜버 취요남(취미로 요리하는 남자)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특식을 제공했다. 스타 요리사가 직접 구내식당을 방문해 대표 메뉴를 선보이는 ‘셀럽테이블’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기획했다. 2020년 처음 시작한 셀럽테이블은 이원일 정호영 오세득 등 스타 셰프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셀럽테이블 행사엔 중식당 ‘봉짬봉’을 운영하는 이봉원 봉짬뽕과 피라미드 새우볶음밥, 덮밥집 ‘뜸든’을 운영하는 취요남의 통삼겹덮밥이 구내식당 메뉴로 나왔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 속에서도 가치 소비를 중요시하는 유행이 확산하면서 구내식당이 주목받고 있다”며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고품질음식을 제공하는 구내식당이 외식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