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결정…지지층 맹목적 추종” 당파성 커져

2024-12-03 13:00:28 게재

민주당 지지층, ‘금투세 폐지’ 입장 급변 주목

이재명 대표 결단 후 달라져 “일극체제 강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여론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결정에 따라 급변하는 등 당파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왔던 민주당 지지층 여론은 최근 이 대표의 결단 이후 찬성쪽으로 급격하게 몰려갔다. 최근 양 진영 여론이 극단화되면서 원칙이나 정체성과 상관없이 ‘비판없는 묻지마 추종’으로 쏠리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참여연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폐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찬성이 44%로 반대 의견(33%)보다 11%p 높았고 유보 입장은 23%였다. 이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이상 1000명에게 전화자동응답(ARS)방식으로 물어 진행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층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했지만 진보층에서는 찬성 의견이 49%로 반대 의견(27%)을 큰 폭으로 앞섰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이 49%, 반대가 28%로 나타났다. 이는 반대 의견이 58%, 50%였던 지난 9월이나 10월과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사기관인 리서치뷰는 “질문 문항에 이재명 대표의 금투세 폐지 동의 입장을 제시한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재명 대표의 의견에 따라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이 큰 폭으로 이 대표의 판단과 동일한 쪽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지난 3월 이후 매월 말에 실시하는 ‘조세재정정책 인식조사’에서 주식투자 소득에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과세에 대해 찬성하는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의 비율은 60%를 상회했다. 이러한 기조는 7월 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의견이 나오면서 지지층의 의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대표 출마 때 금융투자소득세 완화를 시사했고 지난달 4일에 이 대표의 결단으로 ‘폐지’가 확정됐다. 금투세 폐지 반대입장은 9월말엔 58%로 내려앉았고 10월 말엔 50%로 낮아졌다. 그러더니 지난달 말엔 28%로 주저앉았다. 반대로 찬성입장은 7월 말 21%, 9월 말 24%, 10월 말 33%에서 지난달 말엔 49%까지 뛰어 올랐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당파적 배열’ 강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당파성과 이념, 그리고 쟁점에 대한 입장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당지지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가까운 이념이나 쟁점입장을 가질 때 당파적 배열 혹은 정렬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며 “정당 지도부가 결정하면 당원이 따라오는 방식으로 맹목적으로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은 정당이 원칙이나 정체성과 상관없이 극단적으로 흐를 경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극체제 강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들의 ‘변심’은 앞으로 민주당이 고수해왔던 원칙이나 당헌, 당규에서 규정한 정체성들이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에 의해 변화할 경우 지지층들도 동조하며 지원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사회민주당 진보당 조국혁신당 등 진보진영의 소수정당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 ‘먹사니즘’을 내세워 기존 정책의 선회를 선택하는 이재명 대표 ‘실용노선’이 강화될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칙과 정체성 등을 바꿀 경우 충분한 토론과 내부 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 이후 작아지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기조가 갑작스러운 지도부의 ‘찬성’ 선회로 무력화됐는데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강성 지지층에게 이미 ‘미운 살’ 박힌 진성준 정책위 의장만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발표’에 “몹시 당혹스럽다”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지 않으면 희망을 일궈갈 수 없다”며 표심만 보고 ‘원칙’을 버린 지도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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