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계엄군 헬기 타고 의사당 진입 ‘유린당한 국회’…의장실 “위법 조사”
윤 대통령 “범죄자 집단 소굴·괴물” 발표
“국회에 병력 집중, 계엄 해제 차단 노려”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무력으로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에 긴급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오후 11시30분께 국회 출입문이 폐쇄됐고 국회 경비대와 영등포경찰서 직원들이 담장을 따라 배치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령을 통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탄핵, 예산안 예결위 통과, 입법 독주를 언급하며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했다.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오후 11시부로 발효된 제1호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했다.
오후 11시 40분 넘어서는 군 헬기가 국회 상공에 나타났고 4일 0시께 국회 안으로 들어와 운동장에 착륙했다. 곧이어 총기를 든 군인들이 무장한 채 국회 본청 입구로 이동, 0시 30분께 진입을 시도했다가 국회 보좌진 등의 저항에 부딪혔다.
일부 계엄군은 진입로를 우회해 2층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과 당 대표실로 연결된 유리창을 깨고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기 위한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서는 계엄군과 그 진입을 막으려는 보좌진들이 뒤엉켜 대치했다. 바리케이드를 친 보좌진 등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는 군인들을 막아섰다.
본회의장에는 여야 의원 190명이 본회의를 열었고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가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전 1시 2분께 “계엄 해제 결의안이 조금 전 국회에서 가결됐다”며 비상계엄 선포 무효를 선언하면서 국회 경내에 진입했던 군인들에게 철수를 요구했다. 계엄군은 이를 수용, 본관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우 의장은 “비록 군이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따라 국회로 출동했지만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에 따라 즉각 철수한 것은 민주주의와 함께 성숙한 우리 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고는 오전 1시 15분께 “국회 본청으로 들어온 군인 전원이 다 나갔다”고 확인했다.
국회의장실은 “우 의장은 이번 계엄사태와 관련, 당분간 공관으로 퇴근하지 않고 국회집무실에서 비상대기할 예정”이라며 “외부일정도 전면 취소했다”고 했다.
국회의장실은 “군의 즉각적인 철수는 평가하더라도 총을 들고 무장한 채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오고 창문을 깨고 진입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해 위법성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균택 의원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상에 비상계엄 시에도 여러 기관의 권리와 권한을 제한할 수 있지만 국회는 예외로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도록 돼 있다”며 “국회의원 출입을 막고 군경이 개머리판과 해머로 국회 유리창을 깨고 난입했고 2층과 3층을 찾아다니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회의 진행을 막기 위해 체포하려는 행동을 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군을 집중적으로 국회에 침투시켜 계엄 해제를 막으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병력이 집중적으로 국회 쪽으로 왔다”며 “빠른 시간 내에 국회를 제압해서 (계엄)해제 시도를 못 하게 하고 그 이후에 차츰 단계적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군이 좀 더 빨리 움직였으면 국회가 장악되면서 1시간 55분 만에 끝나는 상황이 아니라 굉장히 지속적으로 계엄이 이어지는 상황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도 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공수부대원들이 본회의장까지 진입하려고 했다. 이들은 본회의장 위층 관람석까지는 진입을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방사 특임대 특수부대 요원들이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기 위해서 별도로 진입을 시도했던 걸로 국회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