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국회 장악, 안 했나 못 했나

2024-12-05 13:00:52 게재

대통령실 “경고성, 합법적”

“체포조·특수요원 침투 뭐냐”

계엄군과 충돌한 보좌진 등

“돌파할 의지 없어 보였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처리를 막으려는 계엄군 작전은 결국 ‘실패’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경고성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며 사후 ‘면피성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곳곳에서 ‘실패한 계엄 작전’이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도한 실패’가 아니라는 얘기다.

5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대통령실 해외언론비서관실의 비공개 설명내용을 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계엄은 일종의 정치활동 규제 조치”라며 “자유민주주의 파괴세력에 대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과반이상이 찬성하면 비상계엄 해제 되는 조건을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국회가 동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진입을 막지 않았던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경고성 계엄선포였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의원은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에 제출한 ‘서울경찰청’ 기관 보고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서울청 조치사항’에는 ‘서울청장이 22시 46분경 국회 내 돌발상황 발생 우려, 국회 내부로 이동하려는 시위대 등 일시 차단’과 ‘계엄사 포고령 확인, 23시37분경부터 국회 출입 전면 통제’ 사실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경찰청장이 서울청에 전면통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실제로 계엄 포고령 1호에도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언급하며 헌법 제77조 제5항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 보장’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등 ‘처단하겠다’고도 했다.

국회에 특전사 최정예 707특임단과 1공수여단,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특임대 등이 투입됐고 특전사 특수작전항공단의 UH-60P 특수작전 헬기가 동원됐다.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조 활동도 포착됐다. 계엄군이 2층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의장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간 점, 폐쇄회로(CC)TV로 확인된 민주당 대표실 난입 등이 근거다. 전날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체포조에 대해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이 투입된 점도 비상계엄이 ‘아니면 말고식’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의원은 “국회를 둘러싸고 있었던 경찰 병력은 무엇인가”라며 “경찰을 피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왜 국회 담장을 넘었느냐”고 따졌다. “계엄군이 여야 당대표와 주요 정치인들을 구금해 계엄 해제 요구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하려 했다”는 얘기다.

다만 국회에서 실제 계엄군을 만나본 국회 사무처 직원이나 보좌진들은 하나같이 “뚫고 들어가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고 했다. “계엄군이 의지만 있었다면 보좌진 등이 소화기나 집기 등을 이용해 막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회 담장을 넘어 진입했다는 한 보좌관은 “여러 명이 한꺼번에 국회 담을 넘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경찰은 전혀 막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대통령실은 ‘의도된 유연한 태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찰은 폐쇄한 국회 문을 간간히 열어주거나 신분증을 확인하고 들여보낸 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육군 특공 출신의 모 국회 관계자는 “명확한 지휘통제 체계가 없어 보였다”고 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구체적인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보완을 유지하다보니 정확한 지침이 예하 단위까지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장관 등 몇몇 충암라인을 통해 윗선은 잡았지만 군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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