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또 할라’ 시민들 전국서 촛불

2024-12-06 13:00:03 게재

연이틀 각지서 도심 집회 … 청소년부터 5.18 단체 관계자까지

탄핵반대 국민의힘 규탄 집회도 … 토요일 ‘3차 총궐기’ 향방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벌인 12.3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전국민적 저항의 불씨를 댕긴 모습이다.

그동안 야권과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반정부 집회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 대한 혐오로 시민참여가 저조한 편이었지만 계엄선포 주최인 윤 대통령의 침묵, 관련자들의 발뺌 등이 시민 분노와 ‘2차 계엄’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계에서 잇따라 집회가 예고되는 가운데 ‘3차 총궐기’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예정된 7일 저녁이 1차 분수령으로 전망된다.

◆고등학생도 “행동하는 게 맞다고 생각” =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 단체들이 5일 연이틀 도심 촛불 집회를 열고 정권 퇴진을 주장했다.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내란범 윤석열퇴진 시민대회’ 집회와 이어진 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2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2500명이 참가했다.

발언자로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윤복남 회장은 “계엄령 선포 순간 시민이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일반 시민도 무대에 올라 자유 발언을 했다. 간호사 노현옥씨는 “공수부대가 국회 유리창을 부수는 세상에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나 싶어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고, 서울여대 학생 서희진씨는 “국가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의심이 드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내란범 윤석열 퇴진’ 등의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탄핵 반대하는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서울시청과 서울역을 지나 남영역 인근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경찰 등과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학생 참석자들이 눈에 띄었다. 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은 “집에서 인터넷만 하는 것보다 당장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행동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앞서 민주노총은 오후 4시 서울역 인근에서 ‘내란범 윤석열 퇴진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1000명, 경찰 추산 600명이 모였다.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은 국가의 질서를 문란케 한 내란범, 국가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쿠데타 세력”이라며 “민주주의의 발판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이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방법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제주·대전 등지서 집회 열려 = 각 지역에서도 시민·노동단체 등 ‘윤석열 정권 퇴진’ 단체를 중심으로 연이틀 촛불집회가 열렸다.

광주에서는 5.18 민주광장에서 86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 비상행동’의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문인 광주 북구청장, 5.18 단체 관계자, 시민 등 800여명이 참여해 ‘내란죄 윤석열 체포·구속’, ‘헌정 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퇴진’ 문구의 손팻말을 들었다

계엄군으로 자녀와 배우자를 잃은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직접 만든 주먹밥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45년 전 그날을 재현했다.

발언대에 오른 한 시민은 “국민의힘은 오늘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다”며 “중진 의원들이 직접 대통령을 만난 후 내린 황당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을 반대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내란의 공범이라는 것을 밝히는 셈”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의를 되찾을 때까지 광주 시민들은 연대해 싸우겠다”고 전했다.

제주에서는 청소년 56명과 5개 단체로 이뤄진 제주청소년시국선언단이 오후 6시 30분쯤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워온 것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배운 대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 내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를 열고 정권 퇴진을 외쳤다. 이들은 “촛불을 들 시간도 지났다. 촛불보다 더 크고 가열하게 타오르는 횃불을 들어야 한다”며 “윤석열과 김건희, 비상계엄 가담자와 이를 옹호하는 국민의힘이 모두 최후를 맞는 그때까지 횃불을 들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에서는 오후 7시부터 대전비상시국대회가 열려 “불법계엄 내란범죄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울산 태화강역 광장과 대구 동성로, 청주 충북도청 앞, 강원 춘천·원주·강릉·동해 등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려 수백명이 집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시·도당 앞서 ‘탄핵 동참’ 촉구 = 전국 각지의 국민의힘 시·도당 앞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정하면서 전국 시·도당 앞에서는 규탄 집회가 잇따랐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오전 11시 30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제 국민의힘은 선택해야 한다”며 “끝까지 윤석열의 하수인으로 국민의 탄핵을 받을 것인가, 늦었지만 국민의 뜻을 받들어 탄핵에 동참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윤석열퇴진 전북운동본부는 오후 1시 국민의힘 전북도당 사무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을 거부하고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은 해체하라”고 소리쳤다.

윤석열퇴진 경남운동본부는 오후 2시 창원시에 있는 국민의힘 경남도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윤석열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면 그들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 인천운동본부를 꾸린 인천 지역 시민단체는 오후 2시 국민의힘 인천시당 앞에서 국민의힘을 규탄하며 탄핵 동참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 비상행동은 오후 3시 광주 서구 국민의힘 광주시당 사무실 앞에서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탄핵 의결 참여를 촉구했다.

윤석열정권퇴진충남운동본부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오후 4시 국민의힘 충남도당 당사 앞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동참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민주주의 파괴, 국민 무시 처사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방관과 방조했기 때문”이라며 “야당의 공동발의로 윤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됐다. 국민의 심판을 받기 전에 과오를 뉘우치고 윤 대통령과 결별하라”고 강조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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