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환경을 생각하다
“플라스틱 전주기 대책, 현실은 폐기물관리에 치중”
산업현장서 순환구조 정착되도록 정책 집행 속도 내야
온실가스 배출 강도 적은 소재로 전환 고민도 필요해
2024년도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 그동안 환경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기대만큼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도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둔 분야도 분명 있다. 결국 우리는 더디지만 한걸음씩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자원순환부터 기후 물 생태계까지 다양한 환경 이야기를 한곳에 모았다.
“플라스틱 전주기(생산-유통-사용-수거-재활용 등)에 걸친 관리 중요성이 커지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선형 구조로만 진행될 뿐 순환(루프, loop) 형태로 돌아오는 구조가 정착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순환성 확대가 플라스틱 감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6일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2일 결국 빈손으로 끝났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과거와 달리 해양쓰레기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로 국제사회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생산 감축이냐 재활용이냐 이분법적인 논쟁에만 국한되지 않고 실제 플라스틱 흐름을 제대로 제어해 순환경제 구조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성안은 협약 초안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합의된 문서를 만드는 일이다. 순환경제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체제다. ‘자원채취-대량생산-폐기’ 중심인 기존 선형경제 대안으로 확대 중이다.
◆“전주기 관점에서 구체적 목표와 조치 사항 보완” = 한국환경연구원의 ‘플라스틱 국제협약 대응방향 연구’ 보고서 따르면,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 등 관련 정책들이 있지만 목표 대부분이 폐기물 관리 측면에 치우쳐 있어 전주기를 아우른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이나 △유해물질 금지 △해양 플라스틱 수거 △라벨링 등과 같이 전주기 관점에서 구체적인 목표와 조치 사항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탈플라스틱 대책을 이미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10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 대책에는 △2025년까지 2021년 대비 폐플라스틱 발생량 20% 감축 △생활플라스틱의 물질재활용(폐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분쇄·선별한 뒤 추가 작업을 거쳐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만드는 재활용 방식)률을 2020년 18%(추정)에서 2025년까지 25%로 상향 △생활플라스틱의 소각형재활용 비중을 2020년 69%에서 2025년 55%로 감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정부는 이를 통해 해외 주요국에서 새롭게 추진·도입되는 플라스틱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내 기업 지원 및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2021년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 △2022년 플라스틱 포장세 등을 시행했다. 독일은 2025년 일회용 페트병 재생원료 25% 사용 의무화를, 프랑스는 일회용 플라스틱 전면 사용금지 이행안(2021~2040년)을 발표한 바 있다.
2021년 12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주요 품목 중 하나로 플라스틱을 꼽았다. 순환경제 이행을 위해 순환자원 인정제도 활성화 등 각종 대책도 발표했다.
문제는 집행의 고도화다. 윤석열정부는 ‘자율적인 행동변화 유도(넛지)형 정책’으로 전환을 내세웠지만,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일회용품 규제 철회 등 각종 환경 대책들이 후퇴하고 있다고 날을 세우는 게 현실이다.
6일 환경부 관계자는 “순환경제로 나가야 하는 건 당연한 방향”이라며 “올해 1월부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되는 등 아직 직접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계속해서 더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탈플라스틱은 탄소중립 실현과도 관계 = 탈플라스틱은 탄소중립 실현과도 맞물린 문제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2050년까지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해결방안’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20년 425Mt(메가톤)에서 2050년 687Mt으로 약 62% 늘어날 전망이다. 687Mt은 페트병(500㎖) 한개 무게를 약 20g으로 가정했을 때 약 3조4350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만약 이렇게 플라스틱 폐기물이 늘어가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상승할 수 있다. 2020년 2.45GtCO₂e(여러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수치)에서 3.35GtCO₂e로 증가할 전망이다. 석유를 통해 만들어지는 폴리머를 재료로 하는 플라스틱의 경우 생산 폐기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뿜어낼 수밖에 없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공식 협력 기관인 ‘그리드-아렌달(GRID-Arendal)’의 ‘플라스틱의 기후영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조치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원료 조달과 플라스틱 생산 등 플라스틱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되지 않은 플라스틱과 폐기 또는 소각으로 인한 배출량을 포함하지 않고도 플라스틱이 전주기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8~4.5%로 추정된다.
이 실장은 “플라스틱 내에서도 톤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소재들이 있다”며 “전환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온실가스 배출 강도가 적은 소재들을 우선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