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집회”… 탄핵안 무산, 촛불에 기름
본회의 이튿날에도 여의도서 문화제 … ‘처단’ 포고령 분노 전공의 대학로에
‘12.3 계엄사태’를 벌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무산되자 촛불집회 시민참여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탄핵안 개표 무산 이튿날인 8일에도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오후 5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만3000여명, 주최 측 추산 10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참석자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은 해산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촛불의 함성은 멈추지 않는다’ 등의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사회를 맡은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 김지선씨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이 더는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고 했는데, 왜 탄핵을 안 하나”라며 “대통령이 저 지경이 됐으면 빨리 자리에서 내려온 후 국민이 다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고등학교 3학년 이연수양은 “영국 밴드 ‘오아시스’가 몇 년 만에 내한하러 오는데, 이 상태에선 올 수 없어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를 이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공식 일정이 없었지만, 9일부터 “매일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촛불행동 역시 내일부터 오후 7시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매일 촛불 집회를 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외 대학에 재직 중인 정치학자 573명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발의와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전공의 처단’을 명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분노한 전공의들도 거리로 나섰다. 사직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은 8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2월 의정 갈등이 시작된 이래 전공의 단독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500명, 주최 측 추산 600명이 참석했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는 “포고령 제5조는 특정 직역을 대상으로 임의 처단의 의지를 드러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언제든지 권력의 변덕에 따라 처단당해 마땅한 직업이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 3일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조항을 비판한 것이다. 전공의들은 ‘즉흥 개혁 규탄’ ‘의료계엄 반대’ ‘의료농단 주범 처벌’ ‘의료농단 의대모집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