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하자니 이재명이 싫고…”

2024-12-10 13:00:15 게재

TK 핵심지지층 속내 복잡

여성·청년 “보수 심장 아냐”

내란사태 후폭풍이 전국에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보수의 텃밭 대구경북(TK) 민심도 요동을 치고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 무대책 무책임’을 참아왔던 국힘 핵심지지세력이 윤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다. 당장 지지철회가 야당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더 이상 기대와 인내는 무의미하다’며 지지를 거둬 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TK 민심은 속내가 복잡하다.

대구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줄곧 국민의힘 계열 정당만 지지한 국민의힘 한 간부는 “강골검사 출신으로 기성정치에 때 묻지 않아 이재명보다 잘 할 것 같아 찍었는데 재임 중 헛발질만 하다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해 마지막 남은 일말의 기대마저 저버렸다”며 “이제 국민의힘과 손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가에서 시국선언과 탄핵주장이 나올 때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도 탄핵하는 것은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나라를 위해 옳지 않다고 봤는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을 보고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힘 당직자 출신 인사는 “이재명 사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야당과 정쟁만 벌이다 민생경제만 망친 것도 모자라 비상계엄 선포라는 무책임한 대형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며 “그렇다고 탄핵에 힘을 실어 이재명에게 정권을 바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국힘 한 당원은 “대구경북의 지지로 정권을 잡은 박근혜가 탄핵됐는데 또 윤석열 마저 탄핵위기에 몰려 대구경북사람들만 우스갯감이 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고를 치고도 아직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아 더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와 달리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이어진 대구의 윤석열 탄핵집회에는 일반 시민과 청년들이 주축으로 등장했다.

특히 지난 7일 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불참으로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자 집회참가자들은 국민의힘 대구시당으로 향했다. 시민들은 당사를 에워싸고 해체를 주장했다. 행진과정에서 인파는 2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회의’측은 “국힘앞 집회에는 90% 정도가 청년들이었고 가두행진을 하면서 윤석열 탄핵에 동조하는 시민들이 대규모로 가세한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집회에서 '우리는 보수의 심장이 아니다'는 피켓을 들고 나온 2030 여성들은 "보수의 심장은 늙어 죽을 것"이라며 "내 아버지의 표는 내 표로 상쇄되고 내 어머니의 지지는 내 목소리에 묻힐 것"이라고 했다.

손광락 경북대 교수는 최근 ‘대구 대전환의 길’이라는 기고글에서 "대구는 2.28학생운동으로 4.19혁명에 불을 지핀 한국 민주주의의 주춧돌이지 보수의 본거지가 아니다"며 "박정희 군사정권과 연이은 정권들이 지역감정을 부채질해 보수화됐지만 대구의 밑바탕에는 아직도 민중의 열기가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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