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윤 구속되면 직무정지…총리가 대행”
“내란은 불소추특권 예외, 헌법상 사고”
“옥중직무, 중단으로 보기 어려워” 반론도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수사기관들이 체포와 구속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9일 고위공직자수사처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신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과 검찰은 경쟁하듯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현직 대통령이 입건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이에 탄핵소추가 되지 않은 현직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권한대행을 두고 논란이 불붙을 전망이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 국무총리 등에 권한을 대행한다고 적시돼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누린다. 대통령이 수사기관과 법원에 들락거리면 국정수행을 방해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란이나 외환의 경우에는 제외된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의 혐의를 받는다. 그러면 긴급체포와 구속이 가능하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진수(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헌법상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경우란 외환 또는 내란죄 외에는 상상할 수 없고, 대통령이 그러한 죄로 구속되었으면 탄핵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란죄를 범해 구속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게 되면 오히려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어려운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구속상태를 헌법 제71조의 ‘사고’로 해석해 대통령의 직무를 배제하고 권한대행 체제로 가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어려운 경우로 ‘궐위’라는 단어가 2번 나오는데, 대통령 당선자 사망(제68조)과 사고(제71조)로서 ‘궐위’는 ‘사고’와 구별된다. 궐위는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없는 경우, 사고는 복귀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고’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 권한이 정지되는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복귀할 수 있는 경우가 해당한다. 사고의 정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구속 될 경우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 인천대)도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의 범행을 저지른 것 자체가 중대한 (헌법상) 사고”라며 “지금은 형법적 판단이 헌법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법원의 영장 발부를 기다릴 필요없이 즉시 피의자를 긴급체포해야 한다”며 “그것이 형법의 법리이며 국민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이) 구치소에 갔을 경우는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경우로 볼 수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격을 갖춘 권한 대행자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치인이 직무정지 당한 경우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구속된 지방자치단체장 직무정지는 ‘합헌’이라고 결정 한 사례다. 지난 2011년 자치단체장이 ‘공소 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을 때 권한 대행하도록 규정한 지방자치법(제111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사건에서 헌재는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는 앞서 2010년 확정판결 전 구금상태 지자체장의 직무정지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뒤집은 판단이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신체가 구금’된 자치단체장은 정상적이고 적절한 직무수행이 어려우므로 직무에서 배제해 원활한 행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입법목적이 있다”며 “공소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는 동안만 잠정적으로 직무가 정지되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며,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죄판결 확정 전에 유죄를 전제로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체포·구금되더라도 옥중직무가 가능해 곧바로 직무정지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구속을 “사고로 볼 수 없다”며 “통신 수단과 면회를 허락하면 직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직무가 불가능한 상태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구속 조사 중엔 면회가 어려운데 그 경우 국정수행이 되지 않고 국정마비가 되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국정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경호처가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에 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집행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