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미국서도 대학들 시국선언
한국외대 ‘17개국어 시국선언’
포항공대 사회현안 관련 최초
전국 각지의 대학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직무정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10일 오후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소추 표결 불참 국회의원들에 대해 ‘다국어 시국선언’을 한다. 한국어 버전의 시국선언문과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스칸디나비아어 독일어 등 17개 언어로 번역된 선언문을 학생 대표들이 낭독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 교수 및 연구자들은 오는 12일 3차 시국선언문 발표한다.
서울대 교수들은 “현재 내란을 주도하거나 방조한 세력들이 다시 국가 운영을 주도하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민주적 질서의 회복을 위해서는 윤석열 탄핵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절박한 심정을 담아 3차 시국선언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교수들은 지난달 28일, 이달 6일 두 차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앞서 방송통신대 교수 90명은 7일 시국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무시한 위헌적 행위이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폭거”라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민주적 성과를 부정하고,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며,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치적 불안과 법적 혼란은 사회 전반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경제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계엄 관계자 철저 수사·조치 △윤 대통령 즉각 사죄·퇴진 △국회 탄핵 의결 등을 촉구했다.
포항공대(POSTECH) 교수와 연구자들은 9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하야와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학교 교수와 연구자가 사회현안을 주제로 시국선언을 한 것은 개교 이래 최초다.
‘나라를 걱정하는 포항공대 교수 및 연구자 일동’은 9일 시국선언을 통해 “사욕에 취한 대통령이 스스로 국가적 내란을 일으킨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상황을 엄중히 직시한다”며 “대학과 교수·학생·연구진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절차를 밟아 국정을 이른 시일 안에 회복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가적 대란이 발생하게 된 경위와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우리 잘못은 없는지 통렬히 반성한다”며 “무법자에 의해 법이 흔들린 자리에 주권자의 준엄한 함성이 들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교내 게시판에 시국선언을 발표한 이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교수와 연구자는 10여명에서 40여명으로 늘었다.
같은날 경기지역에서는 아주대 재학생 10여명이 이날 오전 이 대학 선구자상 앞에서 ‘정상적인 대한민국을 바라는 시국선언 아주대학생’ 113명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안산시 서울예술대 캠퍼스에서도 재학생 50여명이 1061명 명의로 작성된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단국대 학생들은 10일 오후 죽전캠퍼스 범정관 앞과 천안캠퍼스 율곡기념도서관 앞에서 재학생 1400명 명의로 각각 시국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9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 비상계엄 선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강원대 총학생회는 10일 오후 5시 교내 대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어 이번 비상계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강원대 총학이 최고의결기구인 학생총회를 소집하는 건 2019년 총장 직선제 개정을 위한 총회 이후 5년 만이다. 총회는 전체 재학생의 10%인 1282명 이상의 출석으로 성립된다.
춘천교대 총학생회는 11일 오후 1시 학내 집현관 앞 삼거리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시국선언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시간대 앤아버 캠퍼스에서 한국인 대학원생들과 연구자, 지역 교민 등이 집회를 열고 시국 선언문 낭독과 자유발언 등을 했다고 ‘북미 대학원생 및 연구자 모임’(이하 모임) 측은 9일 밝혔다.
미시간대 소속 대학원생·연구자들은 이달 4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각지의 한국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에 시국 선언문을 회람해 9일까지 900명 이상이 동참했다는 설명이다.
이 시국선언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규탄하고, 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여당인 국민의힘에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6일에는 하와이 주립대 소속 학생과 교민들이 현지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계엄 규탄 시위를 했고, 같은 날 뉴욕 컬럼비아대 교정에는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었다고 한다. 12일엔 예일대와 코네티컷대의 합동집회가 예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재걸·장세풍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