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긴급체포 “증거인멸 우려”

2024-12-11 13:00:06 게재

경찰특수단, 국회 통제한 ‘내란’ 혐의 적용 … 서울청장도 체포

추가조사 거쳐 구속 여부 판단 … 계엄군 수뇌부 곧 소환할 듯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계엄 당일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11일 새벽 긴급체포했다. 이는 경찰 스스로 수뇌부 신병을 동시에 확보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이 ‘윗선’을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셀프수사’ 우려를 잠재우기위한 초강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3시 49분쯤 “조 청장,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이 전날 오후 4시부터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김 청장이 오후 5시 30분부터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받은 뒤 각각 11시간, 10시간여 만이다.

◆최소한 계엄군 지원 정황 = 체포된 두 사람은 조사를 마친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으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제도다.

경찰 관계자는 “형법상 내란 혐의는 사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인 점,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긴급체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두 차례 이뤄진 국회 전면 출입통제 조치를 현장 경찰에 하달,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향하는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막은 혐의(형법상 내란 등)를 받는다.

조 청장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력을 보내 계엄군에 협조한 의혹도 있다.

특별수사단은 그동안 두사람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아 압수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이들을 출국금지했다. 또 국회와 선관위 등 현장에 출동한 일선 경찰관들의 참고인 진술과 당일 무전 기록도 분석해왔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사진 좌로부터) 조지호 경찰청장이 5일 계엄 당시 경찰의 대응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진행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경찰청장 수난사 반복되나 = 조 청장은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계엄 선포 직후 국회 통제는 자신의 지시였으며, 계엄사 포고령 발표 이후 국회 통제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당시 계엄사령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경찰 수뇌부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포 시점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법원에서 발부받지 못한 경우 이들을 석방해야 한다.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청장 수난사’가 또다시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북 청송 출신의 경찰대 6기인 조 청장은 현 정부 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고, 이후 반년 만에 두 계급을 승진하는 파격적 인사 끝에 지난 8월 경찰 수장에 올랐다.

국회에서도 계엄 사태를 고리로 조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12일 표결을 앞둔 상황이었다.

경찰청장은 2년의 임기가 보장되지만, 각종 사고와 부실 수사, 비리 의혹 등으로 중도 사퇴하거나 퇴임 후 구속된 경우가 적지 않다. 총선 개입 혐의(강신명), 여론 조작 혐의(조현오), 함바집 비리 혐의(강희락) 등이 대표적이다.

◆군 수뇌부 강제수사 임박 = 또한 특별수사단은 방첩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사이버작전사령부, 정보사령부, 특전사령부, 국방부 등에 계엄 발령과 관련한 각 부대원 투입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시작하기 전에 임의 제출 형식으로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수사단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신속하게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특별수사단은 계엄 당일 조 청장과 긴밀하게 연락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박안수 총장 등 군 수뇌부도 곧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여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전화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 주요 정치인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한 의혹이 있다.

앞서 경찰은 계엄군 투입에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완료했다.

◆국무회의 참석자 수사 시작 = 앞서 특별수사단은 10일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게 출석요구를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중 1명은 소환조사에 응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이 내란죄 혐의로 국수본에 고발한 한 총리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특별수사단은 “피고발인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수사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무회의에는 한 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조 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당시 국무회의에 배석했다.

현재 국무회의 구성원은 대통령과 총리, 국무위원(장관급) 19명 등 총 21명이다. 의사 정족수와 의결 정족수는 각각 11명, 8명이다.

장세풍 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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