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들 체포에 ‘조용한’ 경찰

2024-12-12 13:00:09 게재

연말연초 인사 업무 사실상 중단

“동정론 없다” 한편선 비판 기류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수 서울경찰청장이 초유의 긴급체포를 당하자 경찰조직이 침묵에 빠졌다. 최고위급 지휘자들의 12.3 내란사태 연루, 그로 인한 급작스러운 부재로 인한 자괴감과 업무공백 우려가 감지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직 청장의 체포는 처음 있는 일이라 참담하다”며 “경찰총수가 검찰의 구속수사에 놓이는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고 풀이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결제를 받아서 마무리지어야 할 일들이 중단된 상태”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실제 경찰청은 이달 10일쯤부터 약 일주일 간격을 두고 치안감 이상, 경무관, 총경 등에 대한 승진 및 전보발령을 낼 예정이었지만 업무가 멈췄다. 특히 경무관급 이상은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야 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게 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

이 관계자는 “최근까지 심사과정에서 모수에 들었을 인원들에 대한 승진여부도 모두 불투명해졌다”며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정권이 바뀔 경우 인사가 원점검토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의외로 ‘담담한’ 반응도 적지 않다. 경찰 내부 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에는 내란사태 직후 지휘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왔지만 청장들 체포 이후에는 게시물들이 뜸해진 상태다.

한 현장 경찰은 “치안 일선에서는 조지호 청장이 취임한 이후 내부소통 보다는 조직장악에 힘을 주면서 불통 청장으로 각인돼 내부에서 불신이 높았기 때문에 동정론조차 없는 분위기”라며 “탄원서라도 써줄 사람이 있겠느냐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현장 경찰은 “지휘부 공백이 외부에서 보기엔 커 보일 수 있지만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난 조직 특성상 현장에서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라며 “일부 승진 대상자들 외에는 문제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제기된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 출근’ 의혹과 관련해서는 자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 블라인드에서는 ‘기동대랑 용산은 이미 다 아는 사실’ ‘출퇴근 쇼하는 인간 때문에 힘들었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는 중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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