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국민 이기는 권력은 없다

2024-12-16 13:00:13 게재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들이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다. 권력은 총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역사적 진리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주권자들은 맨손으로 총구를 거머쥐고 불의에 맞섰다. 헌법에 명시된 자신의 권리를 온몸을 던져 스스로 지켰다.

국회는 오랜만에 국민의 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일 삼엄한 경비를 뚫고 들어가 내란을 저지했고, 11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망상에 사로잡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자들은 민중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헌재, 신속한 탄핵심판 진행을

국회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04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이날 곧바로 직무가 정지됐다. 내란에 항거한 시민들과 국회의 ‘무혈 명예혁명’이 11일 만에 ‘1차 승리’를 거뒀다.

내란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내란의 우두머리격인 윤 대통령은 탄핵을 당한 직후에도 자신의 행위를 ‘통치행위’라고 강변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담화를 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데도 “저는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고 헛소리를 했다. 달리 말하면 ‘아스팔트 우파여 궐기하라’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도 줄곧 내란사태의 위헌·불법성을 애써 외면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했다. 85명이나 되는 이들이 14일 탄핵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민이 75%이고,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한 국민이 71%나 되는데도(한국갤럽 12월 10~12일 조사, n=1002), ‘국민의힘’이라는 당이름이 부끄럽게도 국민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했다. 야당 일이면 무조건 반대하는 아스팔트 극우, 윤 대통령 망상의 근거였던 극우유튜버들의 준동도 계속 될 것이다.

여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도 안정적이지 않다. 그나마 미국은 “권한대행과 일할 준비가 됐다”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지만, 정치 혼란 속에 경제는 방향을 잃고 민생고는 높아져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다시 국정 정상화의 키를 잡게 됐다. 국내외 상황은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박근혜 탄핵사건과 달리 이번 윤석열 탄핵사건은 탄핵안건이 단순하고 범죄혐의도 명확해 오래 끌 일이 아니다. 물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했다.

헌재의 심리와 별개로 수사기관들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미 내란 종범들을 구속시킨 마당에 우두머리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경쟁하는 건 좋을 수 있지만 수사혼선은 안된다. 수사상황을 공유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으니 검경의 조직이기주의를 깨고 교통정리를 해 줘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검의 조속한 시행이 해법이 될 수 있다.

내란사태의 연루자들은 숨김없이 국민 앞에 양심고백해야 한다. 의리니 배신이니 하는 미몽에서 깨어나 모든 것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는 게 자신과 나라를 위한 일이다. 위장 북한군이니 암살계획이니 하는 온갖 억측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런 ‘음모’가 있다면 이에 속은 사람들은 스스로 공익 신고자가 되길 바란다.

왕이 되려는 남자에게 계속 충성하나

탄핵에 찬성한 여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백성에게 칼을 휘두르는 ‘장님무사’에 대해 무슨 미련이 있는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 게 진짜 보수”라며 “윤석열은 보수의 적”이라고 탄핵을 호소한 같은당 소장파 의원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탄핵 트라우마를 말하기 전에 국민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걱정하라. 쿠데타와 피로 얼룩진 현대사의 비극을 막지는 못할지언정 비호는 말아야 한다. 정권교체가 두려우면 말로만 국가와 국민을 외치지 말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야당 역시 당리당략을 넘어 국정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내란사태 속에서 헌정질서를 지킨 공은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공치사에 도취되는 건 곤란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잘못된 명령에 불복한 장병들이나 여의도를 가득 메운 MZ세대들이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야광봉을 흔들고 떼창을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 야당은 촛불민심 덕에 정권을 잡고도 권력에 취해 무능과 부도덕, 몰염치를 보였다. 내란 정권 출범의 단초를 제공한 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혼란스러울 때에는 헌법정신으로 돌아가면 된다. 지금이야말로 헌법전문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할 때다.

차염진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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