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행정통합 ‘안개 속으로’
대통령 탄핵에 동력 잃어
행·재정 특례부터 불투명
특별법 제정 등 갈길 멀어
1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현재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시·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대전-충남 등 모두 6곳이다.
가장 빨리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대구시와 경북도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행정통합과 관련해 논의를 해왔고 최근 정부의 중재안 등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일단 정부는 앞으로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탄핵 직전인 지난 13일 대구시, 경북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실장급 회의를 열고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이날 4자가 합의한 보도자료조차 내지 못했다. 일사천리로 통합을 진행하고 있는 대구시와 달리 경북도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별도의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설명회 등 의견수렴을 진행해 왔으며 ‘북부지역 발전 대책’ 등을 수립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추진일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행안부와 대구시·경북도 등은 당초 올해 안에 국회에서 행정통합특별법안을 발의하고 내년 상반기 특별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 북부권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도의회의 찬반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12월 중 동의안의 경북도의회 제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북도청이 위치한 안동·예천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권은 통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합을 뒷받침했던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힘을 잃으면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행안부는 현재 장관이 부재한 상태고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한 상태라 사실상 업무가 정지된 셈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요구한 각종 특례가 예정대로 부여될 수 있는냐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광역통합교부금 등 재정강화를 위한 특례와 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권한을 특별시로 이양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글로벌미래특구 지정,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권한대행 체제가 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13일 회의에 참석했던 복수의 관계자는 “탄핵정국으로 통합의 핵심인 특례 반영이 불투명해졌고 경북도의회의 통합추진 반대는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제 막 통합논의를 시작한 대전-충남, 부산-경남 등은 일단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경남은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대전-충남은 올해 안에 민관협의체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 지자체 통합 추진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내란사태 이전엔 대통령의 의중이 동력이 됐지만 이젠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논의를 막 시작한 만큼 2026년 6월 출범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맞추기도 사실상 힘들다. 대전·충남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탄핵과 대선이 모두 것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정부와 특례 등을 합의하고 이를 포함한 특별법을 상반기에 국회에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를 핵심현안으로 삼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통합특별법 통과에 키를 쥐고 있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도 부정적이다.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박정현 의원은 “행정통합이 수도권 집중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취지엔 일단 동의하지만 행정통합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면서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가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토론회, 주민 의견수렴, 정치권과의 논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여운·최세호·김신일 곽재우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