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한덕수 거부권’에 고심…특검법까지 지켜볼 듯
“응분의 대가” 압박 … 탄핵 유보
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 등 영향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하면서도 탄핵 카드는 주저하고 있다.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 등 탄핵정국의 빠른 수습을 위해 한 권한대행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9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이 19일 국무회의에서 농업 4법 등 6건에 대해 거부건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면서 “한 권한대행이 민심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18일 최고위에 이어 이날 원내 회의에서도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탄핵소추안을 준비중’이라며 거부권 행사 시 곧장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도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농업4법 등 6개 법안은 한 대행이 판단기준으로 내세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정의롭고 상식적인 법안”이라며 “내란수괴와 공범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말고 민심에 따라 법안을 공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엄포대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절차를 밟을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가 15일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거둬들였고, 16일 황정아 원내대변인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탄핵안을 준비중”이라면서도 “상황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내외의 복잡한 사정이 반영돼 있다.
한 총리 탄핵은 탄핵정국을 수습하는데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회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 헌법(제88조)은 국무회의와 관련해 15인 이상일 때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이고 법무부 장관도 국회 탄핵안이 가결된 상태다. 또 한 권한대행을 비롯한 전·현직 국무위원 9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사직 등 추가 이탈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인 회의 운영이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야당의 반복적인 탄핵 선동 등을 내세운 상황에서 굳이 명분을 더해주는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심리를 벌이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9인체제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추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24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추천 절차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에 대한 임명절차의 마지막은 한 권한대행이 갖고 있다. 6인 체제에선 헌법재판관 가운데 1명만 반대해도 탄핵 인용 정족수인 6명에 못 미쳐 탄핵이 기각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한 대행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칫 헌법재판관 임명 시기만 늦춰 탄핵 완결이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안에서는 오는 1월 1일 시한인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절차까지는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재선의원은 “지금은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해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