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곳곳 박정희 동상 갈등

2024-12-23 13:00:03 게재

대학·광장·공원 잇단 설치

시민사회·야당 '철거' 요구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최근 지자체와 공공기관 시민사회단체 등이 예산과 성금으로 대구·경북 곳곳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잇따라 세우자 진보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반발하며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8월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표지판 제막식을 가진데 이어 23일에는 그 후속 조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가졌다.

대구시는 23일 오후 시민단체 반발 등을 우려해 동상 설치와 제막식을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했다. 지난 21일 밤 3m 규모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동대구역 광장 인근에 기습적으로 세우고 동상훼손 등을 막기 위해 천 등으로 감싸놓았다.

지난 22일 동상설치가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22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친일 부역자이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내란 원조인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동상 주위에 분필로 ‘내란 원조, 독재자 동상 웬 말이냐’등을 적어 항의했다. 또 일방적으로 동상건립을 추진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서도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동상 주변에는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이 출동해 차벽과 천막을 설치하고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려 했다. 일부 시민들이 동상을 감싼 천을 벗기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는 공무원, 경찰 등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구시는 이와 별도로 내년 말까지 남구 대구도서관 공원부지 안에도 박정희 동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일에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공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등 대구경북 곳곳에 10여개의 박정희 동상이 건립되고 있다.

한편 동대구역 광장 동상 건립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의 동상 설치와 관련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대구시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공단측은 “동대구역 고가교는 국가 소유 토지 지상에 설치된 구조물로 준공 전까지 대한민국 또는 채권자인 국가철도공단에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2018년 제정한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 관리 조례에 따라 시에 광장 사용 허가 및 사용제한, 사용료 부과 등 동대구역 관리·사용·수익권이 있고 공단측이 조례에 대한 어떠한 이견도 제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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