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헌정수호 외친 국민에게 ‘누구편’이냐니

2024-12-23 13:00:03 게재

천만다행스럽게도 12.3 내란사태는 꽤 오래 준비를 한 것 치고는 너무 허술했다. 아직 이해가 안되는 점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를 빠른 시간 안에 받아들인 것도 솔직히 의외였다. 국회를 접수하기 위해 군대까지 동원하지 않았나. 아무리 막나가는 사람이라도 헌법을 끝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나. 역대 3번의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서 지켜본 한 야당 의원은 “그게 바로 헌법의 힘”이라고 했다. 황색의 도로 중앙선이 운전자들을 좌우로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헌법을 다시봤다. 헌법 전문, 국민주권주의, 국회의 권능과 대통령의 역할 등등. 해석의 여지가 있고, 시대상을 반영한 개정요구가 있지만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이루고 견제와 균형의 묘가 느껴진다.

내란 시도 당일 다수의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주변으로 몰려와 국회를 지켰다. 국회의원 190명이 155분 만에 계엄을 해제시켰다. 민주공화국의 주인과 대리인들이 헌법을 수호하고 지킨 행동이다. 평소 국회를 신뢰할 수 없는 기관으로 치부하던 국민들이 국회와 국회의장에게 박수를 보낸 것도 이런 과정 때문이다.

더 이해가 안되는 것은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동이다. 대통령이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부수려 했다. 명백한 헌법 파괴요, 민주공화국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당사와 국회의사당을 오락가락 했던 것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국회를 둘러싼 민주당 지지자들 때문에’ 본회의장에 입장을 못했단다. 여당 중진이라는 사람이 민주공화정을 지켜려던 시민을 당파에 매몰된 극렬지지자 쯤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헌법 체제를 지키겠다고 몰려나온 시민에게 “너는 누구편이냐”고 묻는 꼴이다. 몸으로 체득한 민주주의와 공화정을 외치는 국민 앞에서, 국민을 대리하겠다고 자처한 이는 정치공학 이야기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다시만난 세계’ 케이팝 음악에 맞춰 “탄핵이 답이다”를 외치는 시민 절규가 “이재명 찍어라”로 들릴 수밖에. 나라야 어찌되든 ‘의리’를 지키면 1년 지나면 다 잊고 뽑아줄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도 다 이런 인식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은 못한다면서 공석인 장관은 얼른 임명하라고 한다. 윤석열 탄핵심리는 최대한 미루고 야당 대표 선거법 재판은 최대한 당겨서 조기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다. 헌법재판소의 탄핵문서 수령을 거부하면서 반항하는 대통령과 계속 같이 가겠다는 말인가. 정말 이렇게 하면 정권을 지키고 당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탄핵의 강에 한발만 담근 채 어정쩡하게 서 “정권을 이재명에게 갖다 바칠 수는 없다”고 외치면 되는 것인가. 모를 일이다. 다음 정권? 그건 국민에게 맡기고 지금 할 일을 제대로 하라.

이명환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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