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반탄파’<탄핵 반대파> 대 ‘찬탄파’<탄핵 찬성파> 연쇄 충돌…2017년 되풀이 조짐
원내대표 경선→의총 녹취 유출→비대위 인선 ‘충돌’
대선후보 벌써 신경전 … “‘반 이재명’으로 힘 합쳐야”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파(반탄파)와 탄핵 찬성파(찬탄파)로 나뉘어 연일 충돌하고 있다. 내년 초중반에 실시될 수 있는 조기 대선까지 양측의 갈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란 우려다. 탄핵을 둘러싼 갈등 끝에 찬탄파가 당을 뛰쳐나가고 결국 반탄파·찬탄파 모두 대선에서 참패했던 2017년 상황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민의힘(108석)은 반탄파와 찬탄파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양측의 충돌은 한동훈 전 대표가 12일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촉발됐다. 한 전 대표가 “탄핵에 찬성한다”고 공표하자, 이날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은 찬탄파와 반탄파의 세대결 양상을 띠었다. 반탄파가 민 권성동 의원이 72표를 얻어 찬탄파가 지원한 김태호 의원(34표)을 압도했다. 반탄파가 수적 우위를 점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대목이다.
14일 이뤄진 탄핵 표결에서도 국민의힘에서는 반대표(85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찬성표는 12명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기권·무효는 11명이었다. 기권과 무효를 ‘소극적 찬탄파’로 본다고 해도 찬탄파는 수적 열세임이 드러난 것이다.
탄핵 표결 이후 반탄파가 “찬탄파를 색출해야 한다”며 찬탄파를 몰아세우는 와중에 의원들 SNS 단체대화방과 비공개 의원총회 녹음파일이 언론을 통해 유출되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은 극에 달했다. 반탄파는 “찬탄파가 유출한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반탄파는 “같은 당 동료로서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졌다”고 비판한다. 찬탄파 인사는 22일 “우리가 누구처럼 내란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뭘 색출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를 내쫓겠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앞세워 당내 주도권을 쥔 반탄파는 차기 비대위원장도 반탄파에서 인선하겠다는 의지다. 탄핵 반대 입장을 공개한 김기현·권영세·나경원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반탄파로 꼽히는 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겸직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일부 의원의 반대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찬탄파에서는 “탄핵소추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반탄파 비대위원장’이 적절하냐. 탄핵을 찬성한 인사에게 맡기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유승민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 등 찬탄파 인사가 거론된다.
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마당에 친윤·비윤, 친한(한동훈)·비한은 없고, 다 친국민의힘, 친국민”이라고 밝혔지만, 이르면 24일 공개될 비대위원장은 반탄파 중에서 인선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전망이다.
반탄파와 찬탄파는 내년 초중반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후보를 놓고도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여당 차기주자도 반탄파(홍준표 원희룡)와 찬탄파(한동훈 오세훈 유승민 안철수)로 나뉜다. 차기주자 진영은 어떤 후보전략을 쓰는 게 대선에 유리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쏟아내는 모습이다.
2016년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찬탄파와 반탄파 숫자가 엇비슷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탄핵 찬성은 절반에 가까운 62표로 추산됐다. 반탄파와 찬탄파는 탄핵 책임론을 놓고 충돌하던 끝에 찬탄파가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결별했다. 2017년 5월 9일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대선 후보 모두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 탄핵을 놓고 보수가 분열한 끝에 참패에 직면한 것이다.
찬탄파로 꼽히는 여권 인사는 22일 “내년 대선에서 보수가 찬탄파와 반탄파로 또 다시 분열한다면 2017년 대선처럼 해보나마나 참패다. 2022년 대선은 반문재인 기치 아래 보수세력을 전부 모았기 때문에 겨우 이길 수 있었다. 이번에도 찬탄파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반 이재명 전선을 구축한다면 해볼 만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반탄파가 ‘찬탄파 색출’ 운운하면서 분열한다면 보수는 공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