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은 자영업자들 소득·신용도 하락, 결국 연체로 이어져
중소득자 2만2천명 저소득자로
중신용자 5만6천명 저신용자로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11.55%
경기 둔화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소득과 신용도가 하락하고 있으며 취약 자영업자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자영업자 중 중소득(상위30~70%), 중신용(신용점수 665~839점) 차주들이 저소득·저신용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더 이상 채무 부담을 견디지 못해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소득·중신용 이상 자영업자 중 저소득으로 하락한 차주는 2만2000명, 저신용으로 하락한 차주는 5만6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저소득·저신용 가계대출 차주가 사업자대출을 신규 차입하면서 자영업자 차주로 진입한 경우가 각각 1만명, 2만4000명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의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 증가는 이들 차주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규 사업자대출 공급 확대보다는 기존 자영업자 차주들의 전반적인 소득 및 신용도 저하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자(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3분기말 기준 11.55%로 전년 동기(8.24%) 대비 3.31%p 상승했다. 전분기(9.78%)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1.72%p 올랐다. 비취약 자영업자 연체율(0.42%)이 전년 동기(0.33%) 대비 0.09%p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전분기(0.43%)와 비교하면 비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오히려 0.01%p 하락했다.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 연체율과 비은행대출 연체율도 각각 0.51%, 3.51%로 차이가 크다. 은행 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9%p, 비은행대출 연체율은 1.13%p 증가했다.
자영업자 전체 연체율은 1.70%로 전년 동기 대비 0.5%p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차주는 지난해말 313만1000명에서 올해 3분기말 312만6000명으로 6000명 감소했다. 고소득 자영업자는 146만7000명으로 지난해말 146만1000명에서 6000명 증가한 반면, 중소득 자영업자는 119만1000명에서 116만5000명으로 2만6000명 줄었다. 반면 저소득 자영업자는 47만9000명에서 49만4000명으로 1만5000명 증가했다.
신용등급으로 분류하면 고신용 자영업자는 217만6000명으로 지난해말 217만8000명에서 3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신용 자영업자는 75만3000명에서 71만8000명으로 3만5000명이 줄었다. 반면 저소득 자여업자는 19만9000명에서 23만2000명으로 3만2000명 증가했다.
고소득·고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각각 146만명, 217만6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46.9%, 69.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 이들의 소득과 신용도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최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고소득·고신용 우량 차주들이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크게 저하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된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한 점에 유의해 자영업자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가계부채 잠재리스크와 관련해 부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내수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소득계층별 LTI(소득 대비 대출 비율)를 보면 고소득층은 237.1%, 중소득층은 201.4%, 저소득층은 360.3%로 나타났다.
한은은 “가계의 소비여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부채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채무상환부담이 가중돼 소비가 제약될 수 있다”며 “특히 저소득층의 부채의존도가 중·고소득층에 비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소비제약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