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공연취소 구미시 '뭇매'
광주·화성시 '초대'에 이씨측 '화답'
시민들 극우도시 거부, 시장 손배소
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씨가 공연하기로 한 공연장 대관을 취소해 뭇매를 맞고 있다. 구미시가 공연 예정일 이틀 전에 시민 안전을 이유로 대관을 취소하면서 지역 시민단체에서 ‘극우들의 낭만도시’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광주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승환씨 초청이 잇따르고 있다. 구미에서는 취소된 공연을 비대면으로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다.
공연취소로 논란이 일자마자 광주시가 나섰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4일 누리소통망에 콘서트 취소를 언급하며 “그럼 광주에서 합시다”라며 “이승환 가수를 광주로 초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계엄이 얼마나 황당하고 엉터리였으면 케이팝을 응원하는 청소년들이 가장 소중한 응원봉을 들고 나섰겠는가”라며 “우리를 지치지 않게 해주는 에너지, 바로 케이”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환씨는 25일 관련 기사를 공유하고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의 공연을 기대한다”며 “협력사에서 연락드릴 것 같다”고 화답했다. 광주시는 이승환씨측과 공연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외에 경기도 화성시도 공연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구미 공연 취소 이후 여러 곳에서 공연 문의가 오고 있다”며 “3월 말로 투어를 끝내려는 계획을 수정해 7월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구미 관객들에게 “인근 공연장에서 만나자”고도 했다.
윤석열퇴진 구미시국회의는 촛불집회와 함께 영상콘서트를 열어 시민들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국회의는 “콘서트를 취소한 ‘극우의 낭만도시’를 거부한다”며 공연을 영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구미참여연대는 지난 24일 ‘구미는 극우세력의 낭만도시가 되려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공연장 대관 취소를 규탄했다. 구미참여연대는 “구미시가 ‘정치적 선동 및 오해를 살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했지만 이승환씨측이 거부했다”며 “부당한 서약서 강요는 명백한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민들도 양분된 양상이다. 구미시 공식 누리집에는 “구미시 모든 제품을 불매하겠다”거나 “부끄러운 줄 알아라”는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 “시민 안전을 위한 결단에 감사드린다” 혹은 “안전이 제일이다”라며 시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이승환씨 공연과 관련된 찬반논란은 경남 김해시에서도 일고 있다. 오는 29일 김해문화의전달 마루홀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고 전석 매진됐다.
김해문화관광재단은 “문화의전당 관리·운영 규정 및 공연장 대관 내규에 따라 신청, 심의·승인된 건”이라며 “표를 구매한 고객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장호 구미시장은 대관 취소로 인해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가수 이승환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24일 “일방적이고 부당하게 대관계약을 취소해 공연을 무산시킨 김장호 구미시장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며 “지방자치단체 구미시가 아니라 시장 개인의 위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장호 시장은 이와 관련해 “구미 공연장에서 양 진영 간, 혹은 시민단체와 관객 간에 물리적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장으로서 규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앞서 공연 안전에 대해 먼저 세심한 고려를 하는 것이 인기 연예인의 의무”라고 반박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