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동상' 밤샘 근무 논란
대구, 공무원에 감시 지시
공무원노조 “불침번 철회”
26일 오전 5시 50분쯤 동대구역 광장 앞 택시전용 차로 안쪽 주차장에는 대구시 관용 차량이 주차돼 있다. 지난 23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구시가 세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훼손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동상을 훼손할 것에 대비해 지난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3명을 한 조로 편성해 야간 근무조를 비상 대기시키고 있다.
동상 제막식 전날에는 반대단체 시민들이 동상 뒤쪽 배경석 등에 ‘독재자’ '내란원조' 등의 낙서를 하기도 했다.
대구시 직원들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동상이 잘 보이는 곳에 주차된 업무용 차량에서 동상을 지키고 있다. 직원들은 차 안에서 대기하다 순찰을 돌거나 CCTV관제소에서 연락이 오면 바로 현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구시는 동상 보호를 위해 동상 주변을 집중 감시하는 CCTV 4대를 설치했다. 4대의 CCTV는 회전이 가능하지만 당분간 동상 주변만 감시한다. 대구시공공시설관리공단은 동대구역 광장 일대에 53대의 CCTV를 가동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대구역 광장 시설물을 관리하는 공공시설관리공단이 시설 방호인력을 보강할 때까지 대구시 행정국 직원들이 임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공무원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하며 철수를 촉구했다.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성명을 내고 “시민 대부분이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반대했음에도 대구시는 23일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강행했다”며 “동대구역 광장에 세운 6억원 짜리 동상을 지키려고 행정국 직원을 동원해 야간에 불침번 보초를 세운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새공무원노조는 “연말연시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을 지키려고 근무 계획을 세운 대구시는 각성하고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간외근무 수당에 대체휴무를 연말연시 휴가에 활용할 수 있어서 직원들의 불만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설치한 공공시설물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대구시의 업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 23일 높이 3m, 좌대 40㎝ 무게 1.2톤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고 제막식을 가졌다. 시는 앞서 관련 조례에 따라 14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지난 8월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높이 5m, 폭 80㎝ 표지판을 세우는 등 박 전 대통령 공적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남구 대구대표도서관 공원에 추가로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질 예정이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