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만든 마을축제 ‘지속가능 관광자원’

2024-12-27 13:00:01 게재

양구 공수리 주막할매축제 성황

광주동구 커피·공방축제도 눈길

지난 9월 28일 강원 양구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주최한 작은 축제가 열렸다. 소재는 구전으로 전해오던 주막할매 이야기다. 주막을 운영하던 할매가 농사일을 도와준 마을 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차려 마을잔치를 열었다는 것이 줄거리다. 주민들은 이 단순한 이야기에서 마을의 정체성을 찾았다.

강원 양구군 공수리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주최한 작은 마을축제 ‘주막할매축제’가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올해 축제에는 하루 동안 800명이 다녀가며 성황을 이뤘다. 사진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제공

실제 축제 이름과 내용은 구전되고 있는 이야기와 흡사하다. 장사보다는 나눔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 취지가 ‘마을 주민들이 한턱 쏜다’다. 주민들은 축제 참가자들에게 막걸리와 국밥을 무료로 나눠준다. 음식도 주민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것들로 차린다. 눈앞의 소득을 위한 축제라기보다는 외지인들을 불러들여 마을을 소개하는 축제다. 지난해 처음 시작해 올해 두번째로 개최한 축제인데, 예산 1300만원을 모두 마을기금으로 마련했다.

결과는 놀랍다. 11시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하루 동안 진행한 축제에 무려 800명 넘게 다녀갔다. 양구 군민들도 있었지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다. 이 마을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 20명도 축제에 참여했다. 축제 참가자들은 이날 하루 동안 주민들이 마련한 술과 음식을 즐기고, 맨손 물고기잡기 같은 다양한 체험도 함께 했다.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즐거워한 축제였다.

파로호 인근에 자리잡은 이 마을은 99가구 150여명의 주민들이 생활하는 강원 양구군 양구읍 공수리다. 3년 전까지만 해도 80여 가구였던 이 마을은 지난해 90가구로, 그리고 올해 99가구로 늘었다. 귀촌 주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함광복(50) 이장은 “공수리는 마을에서 바라보면 파로호 물줄기가 동에서 서로 흘러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마을”이라며 “주막할매 축제를 통해 마을을 알린 덕분에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례다. 양구 공수리 주민들이 마을축제로 마을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면 광주 동구 동명동 주민들은 ‘동리단길 카페산책’이라는 골목축제로 지역 상권을 살려내고 있다.

‘동리단길 카페산책’은 동명동 카페거리 상인과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낸 축제다. 지난 10월 26일 열린 축제에는 100여개 상점이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카페 바리스타들이 참여해 ‘올해의 커피 무등상’을 선정했고, 핸드드립 커피 경연도 열었다. ‘카페에서 듣던 그 노래’를 주제로 한 공연도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 축제는 올해 4회째다.

커피 축제가 자리를 잡아가자 공방들도 판을 벌였다. 지역 공방과 상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동명동 예술골목 지역공동체 한마당’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5월 처음 열린 이 공예축제에는 40여개 지역 공방이 참여해 할인판매 체험 공연 등을 통해 지역 상권이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이 같은 골목축제가 가능했던 건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동명동은 상권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임대료 상승, 쓰레기·주차 문제 등 원주민과 이해관계자 사이에 다양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던 곳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를 구성했다. 현재 327명이 모인 이 협의회는 민간주차장 공유·개방 협약을 통해 주차문제를 해결하고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임대료 안정 협약도 이끌어냈다.

경기 광명시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시청 1층에서 열었던 ‘지속가능한 로컬브랜드 상품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지역의 특색과 매력을 담은 상품이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전시된 상품은 커페노마드㈜의 공정무역 커피, ㈜미앤드의 공정무역 양말, 미곡상회의 공정무역 설탕을 활용한 스낵 등 지역색 가득한 상품들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이번 전시회는 광명의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을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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