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가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 여당 “한덕수 탄핵 탓” 강변
윤-한-여당 ‘대통령 탄핵 지연’이 “불확실성과 불안감 키워”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으면서 경제·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여권은 야당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에 책임을 떠밀지만 야권과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 국민의힘이 합심해서 탄핵 재판을 지연시키는 행태가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키운다고 비판한다.
27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내달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리스크’까지 예고되면서 한국 경제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제2의 외환위기, 제2의 금융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경제 불안감이 커지는 걸 놓고 여당에서는 야당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민주당이 26일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이 경제 불안을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대통령 탄핵 이후 한덕수 대행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다가 조금 멈췄고 오히려 내려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엊그제 총리 탄핵 이야기가 나오면서 1450원, 1460원을 뚫고 있고, 이것(탄핵)이 구체화된다면 거의 1500원도 넘을 것이라 본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고, 대한민국 신인도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오히려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강변했다. 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으로 인해 환율이 치솟고, 제2의 외환위기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 국민의힘이 합심해서 탄핵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는 바람에 경제 불안이 커진다고 반박한다. 여권 탄핵 지연 전략→탄핵 정국 장기화→불확실성·불안감 상승→경제 불안이란 악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첫 기일을 하루 앞둔 26일까지 헌재가 요구한 자료를 내지 않았다. 첫 기일인 27일에서야 윤 대통령 대리인들이 선임계를 내고 재판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두 차례에 걸친 출석 요청도 묵살했다. 한 권한대행은 26일 국회가 요청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보류했다. 국민의힘은 26일 실시된 헌법재판관 선출 표결에 불참했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권한대행, 국민의힘이 합심해서 탄핵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들의 지연 전략으로 인해 탄핵 정국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불확실성과 불안감으로 표현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확대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민주당은 26일 논평에서 “윤석열·한덕수의 ‘내란 콤비’가 경제 멱살을 잡아 폭망 시키는 중”이라며 “내란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 이탈과 신용도 하락은 가속화되고, 한국 경제는 깊은 늪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내일신문 통화에서 “(야당이)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니까 (경제가) 불안해지는 게 아니라, 한 권한대행이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들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여당이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윤 대통령을 끝까지 옹위하려 들면서 해외에서 보기에 대한민국 정정이 불안하구나, 불확실성이 더 커지겠구나 느끼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 정옥임 전 의원도 26일 YTN에서 윤 대통령의 공수처 출석 거부를 겨냥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그리고 진짜 비상계엄이 구국의 결단으로 한 거면 떳떳이 나와야 된다”며 “탄핵된 대통령이 SNS를 통해서 본인의 지지자들을 결집해가면서 또 아주 극단적으로는 만약에 체포라는 게 가시화될 때 그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개연성도 열고 있다. 이게 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