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신속 진행 눈길
윤 대통령 측 준비기일 연기요청 안 받아들여
“국가운영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각성 고려”
변론준비기일 내년 1월 3일 한번만 더 열기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변론준비기일 연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물론 1차 변론준비기일을 44분 만에 끝낸 뒤 2차 변론준비기일도 내년 1월 3일 한차례만 더 열기로 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국가 운영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각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27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을 마무리한 뒤 내년 1월 3일 한번 더 변론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1차 변론준비 기일에서는 쟁점 정리를 주도할 수명재판관인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이 심리를 진행했다. 주심 재판관은 정형식 재판관이다.
헌재는 이날 44분간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목록과 향후 재판 진행 일정 등을 조율했다. 헌재는 사안 중대성을 고려해 다음 재판을 다음달 3일로 정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기일이 촉박할 수 있지만, 탄핵심판이 국가 운영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각성을 고려해 기일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첫 변론준비기일에는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모두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탄핵소추단장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국회 측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전 헌법재판관) 등이 출석했다. 윤 대통령 측에서는 헌법연구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 배진한 변호사, 고검장을 지낸 윤갑근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참석할 의무가 없는 윤 대통령은 예상대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윤 대통령 측에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다툴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의 대리인 배보윤 변호사는 “있다”며 “구체적인 건 답변서로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자 국회가 14일 유사한 내용의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한 과정이 적법한지 여부를 다투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송달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윤갑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송달이 적법했냐 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적법하지 않다”며 “오늘 피청구인 측이 소송에 응했으므로 하자가 치유됐느냐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계엄이 선포됐고 포고령이 발표됐으며, 윤 대통령의 2차례 대국민 담화문 발표 등 표면적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다만 계엄 선포의 경과,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발표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할 내용이 있다”며 추후 정리해 밝히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에서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시간이 필요하다며 1차 변론준비기일 연기를 요청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선 재판관은 “준비기일은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기일일 뿐이고 서류 송달과 양쪽 출석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 측의 여유있게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필요이상으로 시간을 늦추기는 않겠다고 정형식 재판관은 못을 박았다.
윤 대통령 측은 “소추인 측에 비해 변호인단(대리인단) 수도 적고 저희가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일을 너무 빨리 잡으면 저희가 소송을 지연한다는 게 아니라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희 입장을 고려해서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서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그 대신에 협조를 해주셔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시거나 이런다면 그것에 대해 제재하겠다”고 했다.
국회 측은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한 소추사유 내용에 더해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내용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관해 “소추 의결서를 기준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신속히 진행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윤 대통령 측도 대리인 추가 구성 등 이에 맞춰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