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애도 물결
탄핵 관련 집회일정 연기·변경
참사 단체들 “피해자 권리보장”
탄핵 찬반 집회 등으로 열기가 뜨겁던 시민사회가 세밑 여객기 참사 충격에 일제히 애도의 목소리를 냈다. 예정된 집회들도 연기·변경되는 모습이다. 참사 피해자 단체들은 이번 사고 참사 피해자 및 유가족에 대한 신속·정확한 정보제공과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탄핵반대 극우단체도 “집회중단” =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올해 마지막 날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뜻으로 열려던 ‘아듀 윤석열 콘서트’를 무안 여객기 참사 애도의 뜻을 담은 집회로 전환·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상행동 관계자는 30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참사로 인해 현재 송년콘서트 진행 여부 등을 논의 중”이라며 “오늘 중 방침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행동은 당초 31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아듀 윤석열 송년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비상행동은 29일 성명을 내고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추락해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고인이 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비상행동은 이어 “정부당국의 대응 및 수습 과정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에 대한 소통체계 마련, 공간확보, 의료·심리지원 등 보호와 지원이 체계적, 최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비상행동은 지난 28일까지 4차에 걸쳐 ‘윤석열 탄핵 범시민대행진’을 펼친 바 있다.
극우 성향의 탄핵 반대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도 29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고로 인해 국민적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주중 예정되었던 동화면세점, 헌법재판소, 서초법원, 한남동 관저 집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곳도 나왔다.
노후 원전 수명연장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30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열기로 했던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 등 탈원전 단체들은 “고인이 된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 고통스러운 유가족들과 함께 서있고자 하는 마음에 내일 예정된 기자회견을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촛불행동은 매일 저녁 7시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앞에서 진행하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를 계속 이어 간다고 밝혔다. 촛불 행동은 “30일 오후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 깃발과 검은 리본을 달고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 =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신속한 참사수습과 희생자·유가족 지원을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29일 입장을 내고 “희생자 수습과 피해자 지원 등 참사 대응과 수습 전 과정에 소홀함이 없도록 정부 관계기관 간 협력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희생자 유가족들과 부상자 등 피해자 가족들이 참사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접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최상목 권한대행과 정부는 참사를 대응하고 수습하는 데에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 희생자 수습 등 피해자 지원 전반의 과정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0일 성명을 통해 “(참사) 원인이 무엇으로 밝혀지던 다시는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사고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은 재발방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업무상 과실이나 책임소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합당한 처벌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경실련은 “이번 사고 항공기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항공사업법’에 따른 항공운송사업에 사용되는 항공기로서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공중교통수단의 하나”라며 “향후 사고원인 조사의 결과에 따라서는 제주항공사와 제주항공사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 및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차 피해 고통 반복 않기를” = 대구지하철·세월호·가습기살균제 등 역대 참사 피해자들의 모임인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와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조속한 피해자 권리보장 및 신속대응을 주문했다.
피해자연대는 29일 자료를 내고 △관계기관의 협력적이고 체계적인 진화·수습·구조 △피해자 및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안정적 공간 확보 △승객 구조·이송 등에 관한 신속·정확한 정보제공 브리핑 △피해자 간 교류·소통 지원 △재난구호자들의 안전과 권리 보장 △피해자 인권 보장을 위한 보도 유의 및 재난보도 준칙 준수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과거 여러 재난의 사례에서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2차 피해와 고통이 가중된 사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참사에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관계기관과 언론사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재걸·박광철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