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액티브 펀드서 사상 최고 4500억달러 유출
뮤추얼펀드, 지수상승 뒤처져
패시브펀드·ETF로 전환 가속
글로벌 투자자들은 올해 주식 선정 등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주식펀드에서 사상최고인 4500억달러의 자금을 인출했다. 반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자산운용업계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EPFT 자료를 인용해 “올해 뮤추얼펀드 자금 유출액은 이전 최고기록인 지난해 413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때 액티브 전략 펀드가 호령하던 시장을 패시브 전략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접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수년 동안 전통의 주식선별 펀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정당화할 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 주식들이 이끄는 월가 주요 주가지수의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액티브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20%, 지난 5년 연 평균 수익률은 13%였다. 반면 패시브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23%, 지난 5년 수익률은 14%였다. 한편 액티브 펀드의 연간 수수료율은 0.45%인 반면 지수추종 펀드 수수료율은 0.05%에 불과했다.
액티브 전략으로부터의 엑소더스는 가속화되고 있다. 뮤추얼펀드를 선호하던 은퇴 시점의 투자자들이 현금화에 나서고, 젊은층 투자자들은 저렴한 수수료의 패시브 전략을 선호하면서다.
모닝스타 선임 리서치분석가인 애덤 사반은 “사람들은 은퇴자금이 필요하다. 어느 시점엔 자금을 인출해야 한다”며 “액티브 주식펀드의 기반이었던 투자자들은 나이가 들었고, 새로 유입되는 돈은 액티브 뮤추얼펀드보다 ETF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프랭클린 리소시스, 티로웨프라이스, 슈로더스, 영국의 애버든 등 종목을 추전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주가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한참 뒤처졌다. 블랙록은 ETF, 인덱스펀드 사업을 대규모로 꾸린 기업이다. 액티브 전략 자산운용사들은 사모주식과 사모신용, 부동산 등 비상장 자산에 투자하는 블랙스톤과 KKR, 아폴로 등 대체투자그룹에도 큰 차이로 뒤처졌다.
모닝스타 다이렉트데이터에 따르면 대규모 뮤추얼펀드 사업을 운용하는 티로웨프라이스와 프랭클린 템플턴, 슈로더스, 캐피털그룹 등은 올해 가장 많은 고객자금이 유출된 곳들이다.
미국 빅테크 주식이 증시를 선도하면서 지수를 좇기보다 특정 종목을 선별하는 액티브 자산운용사들은 더욱 힘에 겨웠다.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7’는 올해 미국 증시 활황세를 주도했다.
액티브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한 것은 또한 ETF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TF는 자체적으로 증시에 상장돼 많은 투자자들에게 세금감면, 자금의 유연한 운용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
리서치그룹 ETFGI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 한해 1조7000억달러 자금을 ETF에 쏟아부었다. ETF 총자산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15조달러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