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갈등 거듭하다 계엄 패착…야, 다수당 주도권으로 탄핵 이끌어

2024-12-31 13:00:08 게재

야당·한동훈과 1년 내내 충돌만 … 국정성과 전무

계엄으로 ‘내란 우두머리’ 지목 … “폐족 위기”

22대 총선, 최대 격차 여소야대 ‘강력한 견제력’

‘이재명 1인 체제’ 공고 … 사법리스크 직결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4년은 1년 내내 거대야당·한동훈과 갈등만 겪다가 비상계엄이란 패착으로 자멸 수순에 직면한 헌정사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헌정사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이 된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정권은 집권 이후 거대야당과 내내 갈등을 빚으면서 국정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허니문 효과’조차 없이 취임 이후 내내 부진했다. 윤 대통령은 반전카드로 지난해 12월 ‘한동훈 비대위’를 띄웠다.

최측근을 앞세워 국정 장악력을 높일 계산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구상은 시작부터 흔들렸다.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건든 것. 한 비대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겨냥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올 한 해 여권을 뒤흔든 ‘윤-한 갈등’이 촉발됐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가 여권 내부의 공멸 위기감이 커지자, 어설프게 봉합했다.

윤석열정권의 악수는 계속됐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지난 3월 호주 대사로 내보내 “사건 은폐를 시도하는 것이냐”는 반발을 자초했다. 황상무 대통령실 수석은 ‘기자 테러’ 발언을 했다가 사퇴했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한 비대위원장도 사퇴했다.

총선 참패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 만에야 제1야당 대표를 만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여전히 거대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했고, 끝까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7.23 전당대회를 통해 여당 대표로 재등장하면서 윤-한 갈등은 2막을 맞았다.

결국 윤 대통령은 여야 모두를 상대로 싸우는 꼴이 됐다. 이 와중에 ‘명태균 의혹’이 불거졌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졌고 한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 강도 높은 국정쇄신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로 수습하려 했지만 여론의 분노는 점점 커져갔다.

윤 대통령은 이 순간 반성과 쇄신의 길을 걷는 대신 누구도 예상 못한 비상계엄 카드를 꺼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내란 소동’은 하루도 못 가 국민과 국회에 의해 ‘진압’됐다. 국회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여권에게 2024년은 ‘최악의 해’로 남을 것이란 전망이다. 1년 내내 야당은 물론 여당과 갈등만 빚었을 뿐 아무런 국정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연말에는 ‘내란 소동’을 벌여 탄핵 위기에 놓였다. 보수가 영입한 윤 대통령이 보수를 ‘폐족’ 위기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탄핵 가결 뒤 본회의장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된 후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12.3 내란사태가 직접적 원인이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 국면으로 조성된 야당의 정국주도권 장악이 가져온 결과다. 한국갤럽의 12월 정당지지도(1~12월 월별통합. 3만8047명. CATI.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7%p. 응답률. 12.5%. 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42% 국민의힘 25%(무당층 25%)로 정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탄핵이 확정돼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로 꼽힌다.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175석을 확보하면서 역대 최대격차의 여소야대(야 192-여 108)를 현실화시켰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되면서 정치권은 강력한 견제권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제·민생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논란이 정치공세의 빌미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갈등 등 정책추진에 대한 비판 여론 또한 민주당 주도권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됐다.

20대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와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거머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주목할 대목이다. 22대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변화와 여권에 대한 견제심리 등이 얽히면서 ‘이재명 1인 체제’가 공고화됐다. 170석의 거대야당이 사실상 ‘한몸’으로 움직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안에서도 ‘가장 단합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쟁점법안에 대한 단독처리는 물론 장관 탄핵 등을 주도했고, 결국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처리하면서 대여 견제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표는 뉴스1·엠브레인퍼블릭의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10일. 1005명)에서 37%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7%), 조 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6%),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안철수 국민의힘 의원(4%) 등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청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에게 권한과 정치적 주목도가 집중되면서 당내 완충지대가 사라졌다.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 자체가 곧 민주당의 위기로 직접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대표와 관련한 선거법·위증교사 재판 등 사법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반면 선거법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도 1심 재판 진행 중이다. 선거법 재판의 결과에 따라 다음 대선 출마 여부가 갈릴 수 있다. 미해결 과제를 떠안고 가는 셈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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