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 수술 ‘과잉진료’ 소송 건 보험사 패소

2024-12-31 10:39:00 게재

1·2심 원고 패소 판결 … “불필요한 진료라 단정 못해”

보험사가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갑상샘 결절 수술한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성지용 부장판사)는 A보험사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보험사는 의사 B씨가 2020년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환자 13명에게 갑상샘의 종양 내부에 고주파를 발사해 결절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주고 총 2억7300여만원의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이상하게 여겼다.

보험사는 B씨가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치료의 필요성이 없는 피보험자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진료를 받게 해 2억이 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소송을 냈다.

보험사는 소송에서 “피보험자들의 주소지를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도, 광주광역시 등 다양한데도 대학병원도 아닌 서울 강남구에 있는 B씨 의원에 내원한 것은 이례적이다”며 “B씨 의원의 상담실장은 피보험자들의 실제 증상 유무와 무관하게 증상이 있다고 기재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재판에서 해당 의사의 진료행위가 보험사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는지를 주요 쟁점으로 심리했다.

1심은 “B씨의 진료가 허위·과잉 진료라 하더라도 피보험자들이 공모했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A사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기망행위(속이는 행위)가 될 수는 없다”며 “의료법에서 환자에게 지나친 의료행위를 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진료비를 요구하지 않도록 한 것은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보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보험사는 항소심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갑상선 결절이 수술 기준 크기보다 작다고 평가한 감정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감정의 의견 일부만으로 이 사건 시술이 과잉 진료였다거나 불필요한 진료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보험자들이 작성한 문진표 상의 증상, 갑상선암의 가족력 등 주관적 사정이 이 시술을 받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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