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던 여야, 쌍특검·국조특위 놓고 전운
여객기 참사·국정협의체 합의 등 날선 공세 자제
쌍특검 재표결·국조특위 놓고 “위헌독주-지연전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애도 기간에 일시적 소강상태였던 여야의 공방이 재개될 전망이다. 최상목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오는 ‘쌍특검법’(내란특검·김건희 특검) 재표결과 12.3 내란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활동 등을 놓고 여야 입장차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 추가 인선 등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리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여야의 주도권 경쟁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여야 지도부는 신년사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족을 위로하며 경제·민생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여당은 ‘국정 안정’에, 야당은 ‘쇄신 희망’에 방점을 찍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일 오후 비대위원들과 함께 무안공항을 방문해 분향소를 참배하고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유가족 지원을 위한 대책회의도 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9일부터 무안으로 내려가 현장최고위를 여는 등 피해 유족 지원에 집중했다. 1~2일 다시 무안공항에서 유족을 위로한 후 이날 오후 귀경할 예정이다.
◆애도기간 4일까지 ‘날선 공방’ 자제 = 여야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피해·유가족 지원 등 사고 수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등을 계기로 국회의장 중재로 ‘국정협의체’에 합의하면서 정쟁 대신 민생을 위한 협력 분위기도 조성됐다. 항공 참사 수습과 비쟁점 분야 민생·경제 법안 처리 등에 공감대가 모아졌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등이 합의 가능성이 큰 법안으로 꼽힌다. 국가 주도로 해상풍력 발전지구를 지정하는 해상풍력특별법, 과도한 입지 규제를 해소하고 국산 설비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 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외국인 고용법 개정안도 거론된다. ‘주 52시간 예외 규정’을 놓고 이견이 있는 ‘반도체 특별법’도 재논의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민생회복을 위한 ‘추경 편성’ 논의가 진전을 보일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추경 편성을 협의체에서 다룰 최우선 의제로 꼽고 있다.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역시 추경을 통해 확보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추경 보다는 예산 조기집행 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의대 증원 등의 의료 개혁과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도 우선 논의해야 하는 민생 현안으로 보고 있다.
◆“진상규명 방해하려 특위 참가?” = 민생 현안과 관련된 의제에선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반면 특검법·내란사태 국조특위 등 정치현안을 놓고는 양보 여지가 없어 보인다. 최상목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과 관련해 야당은 ‘원안 재표결’을, 여당은 ‘위헌 요소 제거’ 등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쌍특검과 관련, 일단 원안 재의결을 시도하고 부결되면 즉시 재발의 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위헌 조항 삭제’ 등을 전제로 야당과 협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관련해 수정안 카드가 거론된다. 다른 일각에선 여당의 협상 가능성 언급은 지연전략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약속하고 지키지 않았는데 이번 특검법에 협조한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조특위도 갈등 진원지가 될 공산이 크다. 특위는 오는 2월 13일까지 45일간 대통령실, 국무조정실, 국가정보원, 국방부, 방첩사령부, 기획재정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기관 보고와 현장 조사, 증인·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국민의힘은 국조특위 출범에 동의했으면서도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실시계획 의결에 대거 반대 또는 기권 표를 던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것도 모자라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비열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한 것 등을 놓고 여당이 반발한 것인데 특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증인채택 등을 놓고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정당한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특위에 참여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진정성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