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가능성에 들썩이는 광역단체장
오세훈·홍준표·김동연 출마 저울질
“대선시기 따라 보궐선거 가능” 변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헌재 심의가 시작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선주자로 거론돼온 여야 광역단체장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여권에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이, 야권에선 김동연 경기지사 등판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현직 단체장인 이들에겐 조기 대선의 시점이 변수다. 대선 시점에 따라 해당지역 단체장 보궐선거가 동시에 실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될 경우 60일 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헌재가 60일 내에 선고하면 조기 대선은 4월, 90일이 걸리면 5월, 최장기간 심리를 마치면 8월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
공직선거법상 자치단체장이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30일 전 사퇴하면 된다. 때문에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광역단체장들은 일단 헌재의 심의 결과를 기다리며 몸을 푸는 모양새다.
여권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그는 사실상 조기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상태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보수의 리더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라기보다는 이재명 대표를 다룰 사람은 우리당에 나밖에 없고 트럼프하고 맞짱 뜰 사람도 대한민국에는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27년 3월에 대선을 하면 ‘정권심판론’ 프레임 때문에 100% 지지만 조기대선을 하면 재집권 확률이 더 높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몸을 풀고 있다. 대선 출마에 대해 그동안은 ‘51대 49’라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 붕괴 직전인 보수를 재건하고 나아가 정국 혼돈을 수습하는데 자신이 쌓은 경륜이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역할론’을 내세우며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선 오 시장이 대선판에 뛰어들려면 결국 본인의 본선 경쟁력을 증명해 진영의 ‘부름’을 받는 길 밖에 없다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수도권 여당 관계자는 “향후 실시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과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던가 (이재명과 대결에서) 보수후보 가운데 의미있는 수치가 나오면 오 시장의 대선 채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에선 김태흠 충남지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말 송년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관련 질문에 “현재는 충남의 도지사 역할과 책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지사는 “양김 이후 대통령 꿈을 꾸는 사람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못 봤다”면서 “그래서 대통령 꿈을 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충남지사에 집중하겠지만 언제든 등판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역에선 특히 국민의힘 다수 중진과 단체장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명태균 사건의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최근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김 지사는 지난달 21일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교우회 초청 강연에서 ‘조기 대선을 하면 출마할 것인지,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국가를 통치할 건지’ 묻는 질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란 표현은 거슬린다. 저는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라며 “이제까지 정치하면서 남 눈치 본적 없고 소신껏 했었기에 기회는 제가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넘어설 수 있느냐가 최대 과제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 3개 중앙언론사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33~39.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6월 이후 치러질 경우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적 반사이익이 줄어들고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이나 쌍방울 대북송금 판결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직 광역단체장인 이들에게 중요한 변수는 대선 시기다. 지자체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6월까지다. 이들이 대선에 출마해도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이면 보궐선거는 치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6월 이전에 치러질 경우 단체장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제19대 대선은 2017년 5월 9일 실시됐다. 당시 선관위는 한달 전인 4월 9일까지 단체장 사퇴 등으로 보궐선거 사유가 확정되면 대선과 보궐선거를 동시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4~5월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현직 광역단체장이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대선 30일 전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를 가능성이 높다. 현직 단체장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수텃밭인 대구에서 보궐선거를 치를 홍준표 시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오세훈 시장에겐 큰 부담이다. 대선과 서울시장 보선을 함께 치르면 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고 과거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서울시장직을 사퇴, 보궐선거로 야권에 시장직을 내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곽태영·이제형·최세호·윤여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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