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조건은 국민통합 > 준법정신 > 도덕성

2025-01-02 13:00:14 게재

적대적 양극화 확산, ‘대화·타협’ 요구 강해져

해결 현안 … 20~50대 ‘경제’, 60대 이상 ‘통합’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8명의 대통령을 직접 뽑았다. 취임 전후 범죄로 4명이 구속돼 수의를 입고 국민 앞에 섰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대통령이 3명에 달한다. 자녀와 측근의 범죄 탓에 치명적인 도덕적 흠결을 맛보기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대통령도 있었다. 존경받는 대통령이 많지 않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5년 정부 시무식에서 신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와 진보진영이 각각 정권 연장에 성공하면서 10년씩 집권하다가 보수진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진보진영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어받았고 문재인정부의 실정은 보수진영이 영입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진영간 갈등이 확산됐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과 맞불인 태극기가 극단적으로 갈라졌고 양극화는 더욱 강화됐다. 한 쪽은 대통령 지지세력이 됐고 다른 한쪽은 반대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진보와 보수가 갈리고 같은 진영에서도 친박·친문·친윤 세력이 만들어져 반대편을 적대시했다.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성과와 목표에 집착했고 결국 이는 상대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반국가세력이나 국가전복세력으로 몰아세우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처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실제로 총부리를 겨누도록 지시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분노와 증오로 가득한 윤 대통령의 발언들은 우리 정치의 거울일 수도 있다.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두 차례 시도 끝에 통과한 지난해 12월 14일 이후인 17일과 18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000명에게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을 물었다.(100% 자동응답전화방식,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p) 국정농단, 탄핵, 비상계엄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한국 정치사의 굴곡진 10여년을 거치면서 변화한 유권자의 인식들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조사다. ‘대통령감’ ‘대통령 자질’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1순위와 2순위로 나눠 ‘차기 대통령 덕목’ 지목을 요구했는데 1순위 선택에서는 ‘협치와 국민통합’을 가장 많은 21.7%가 꼽았다. 그 뒤는 ‘법치와 준법정신’(13.0%), 도덕성(11.5%), 소통능력(8.5%) 추진력(8.1%)이 이었다.

50대 이상에서는 ‘협치와 국민통합’이 20%대(50대 28.9%, 60대 26.7%, 70세이상 26.5%)로 압도적이었지만 20~40대는 ‘협치와 국민통합’(20대 14.1%, 30대 15.5%, 40대 16.9%) 못지않게 ‘법치와 준법정신’(9.2%, 14.5%, 14.5%)이나 도덕성(11.0%, 11.2%, 7.3%), 소통능력(9.5%, 10.7%, 11.4%)도 높은 비율로 지목했다.

1순위와 2순위를 합친 비율을 보면 ‘협치와 국민통합’을 선택한 유권자가 38.6%였고 ‘법치와 준법정신’에는 25.0%가 손을 들었다. 도덕성과 소통능력, 추진력에는 각각 23.0%, 17.3%, 16.7%가 지지를 표했다.

차기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국내현안으로는 ‘저성장과 경기침체 극복할 혁신적 경제정책’에 36.0%가 동의했고 대화와 협치를 통한 ‘국민통합’에는 20.5%가 손을 들었다. ‘불평등과 격차해소’나 균형발전은 각각 14.5%, 10.6%로 뒤를 이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생애주기별 국가책임제 확대(6.5%)와 국민연금 개혁 등 사회적 대타협(6.0%),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3.4%) 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20~50대는 ‘경제’를, 60대 이상은 ‘통합’을 앞세웠다. 특히 30대의 경우엔 ‘불평등 격차 해소’를 ‘국민통합’보다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다.

대통령의 자격으로는 ‘협치와 통합 능력’을 앞세웠지만 실제 대통령으로서는 ‘경제 살리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국면이 경제적 위기에 놓여있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최고조의 적대감을 양극단에서 보여주고 있고 법치가 무너지고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에 통합이나 법치가 중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실용주의라고 할까, 민생이나 경제가 워낙 어려우니까 일단 경제부터 살려야 된다라는 국민들의 위기 의식이 강한 것 같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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