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윤석열 4대개혁도 탄핵위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내란혐의 피의자로 체포영장까지 발부되는 일련의 정치의 혼돈과 불확실성이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국책연구기관은 9월까지 환율이 1500원대의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며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할 경우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방법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구조개혁뿐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자폭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오던 의료·연금·노동·교육 4대개혁도 좌초위기에 놓였다.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윤석열표 개혁정책은 봉인되고 부관참시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정부 흔적을 지우고자 ‘ABM(Anything but Moon, 문재인만 아니면 돼)’ 정책을 펴왔다. 아마 향후 대선에서 정부가 바뀌면 윤석열 정책도 똑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설사 국민의힘이 재집권해도 ‘ABY(Anything but Yoon, 윤석열만 아니면 돼)’가 진행될 게 분명하다.
탄핵정국에 의료·연금·노동·교육 ‘4대개혁’ 표류
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들어서면서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개혁은 올스톱 상황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처단하겠다’(포고령)고 엄포를 놓을 정도로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였던 의료개혁은 미완의 개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말까지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의료사고 대응 강화를 위한 2차개혁안을 발표하지 못했다. 의료계는 의대증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개혁 과제의 원점재검토를 요구한다. 교육계에서는 의대 증원조차 2025학년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금개혁 역시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등 모수 개혁을 포함한 정부안을 발표했다.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내놓은 단일안이었지만 국회 논의는 표류 중이다.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이 새롭게 내세운 의제는 노동약자 지원이었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당은 시혜적 지원 위주의 ‘노동약자지원법’이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프리랜서·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으로 맞섰다. 탄핵정국 속에 해당 법안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년연장을 포함한 계속고용 방안 또한 지난해 6월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 의제로 다뤄지고 있었지만 내란사태 이후 한국노총이 대화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표류상태다.
교육부가 학교 수업 혁신을 명분으로 추진해오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는 교과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AI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서 꼭 써야 하는 교과서가 아닌 학교·교사 선택에 맡기는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까지 통과하면서 교과서 지위는 박탈될 상황에 놓였다.
윤석열표 4대개혁 좌초는 사실 시작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내란사태가 없었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야당 설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의욕만 앞서 전례 없는 광범위한 개혁을 추진했고, 개혁 추진 과정도 오만과 불통, 독선으로 일관하며 스스로 동력을 상실해갔다.
개혁으로 포장된 일방적이며 폭압적인 정책이 남발됐다.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의료개혁의 동력을 잃게 했다. 김건희 여사 논문 관련 감사를 주도한 교육부는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국립대 27곳 사무국장 파견 제도를 날려 버렸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가 잠정 합의한 연금개혁안을 걷어찼다.
재도약 위해 겪어야 할 과정과 투자로 삼자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혁명은 반대세력을 진압하고 자기 정책을 추진하면 되지만 개혁은 반대세력의 의견과 저항을 안고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개혁이라는 이름의 정책들을 밀어붙이다 저항에 부닥치자 자신에 반대하는 세력에게 ‘반국가세력’ 딱지를 붙이고 비상계엄을 선포해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위헌·불법계엄으로 개혁동력을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고, 실패는 필연이었다.
실패한 내란의 대가는 윤석열 개인을 파멸로 몰아넣었지만 그로 인해 나라가 치르는 비용은 더욱 막대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재도약을 위해 겪어야 할 과정과 투자로 삼아야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시급히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구조개혁에 착수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김기수 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