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출 총량관리’ 유지…비수도권 규제는 완화할 듯
가계부채 관리 세부방안 조율 검토
7월부터 강화된 대출규제 시행 예정
대출한도 축소, 비수도권은 예외 가능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관리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경기 둔화와 내부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세부적인 가계부채 관리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책 모기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고 있어서 은행권의 대출 빗장 풀기가 어느 시점에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잠재 리스크라는 점에서 정부가 엄격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가계대출을 조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3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하는 총량관리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총량 범위 내에서 어떤 방향으로 자금 공급이 이뤄지게 할지와 언제 대출 빗장을 풀지에 대해서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한층 강화된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된다. DSR은 가계 대출 차주가 1년간 갚아야 할 총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규제다.
은행권은 차주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해준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 DSR 산정시 적용하는 보다 강화된 규제다. 금리가 상승하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대출한도는 줄어든다.
현재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고 있으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고 있다. 7월 3단계가 시행되면 은행권과 2금융권의 모든 대출에 대해 기본 스트레스 금리인 1.5%p가 100% 적용된다. 현재는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50%만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스트레스DSR 도입 전 30년 만기 분할상환(변동금리 기준)으로 3억3000만원이 대출한도였다면 3단계에서는 2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연소득 1억원인 경우 같은 조건에서 대출한도는 6억6000만원에서 5억6000만원으로 축소된다.
2단계에서는 수도권 가계대출을 더 조이기 위해 스트레스 금리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1.2%p를 적용했다. 당초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0.75%p 적용하기로 한 것보다 더 추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비수도권에 대해서는 보다 완화된 스트레스금리를 적용하거나 3단계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건설업계 및 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2단계 스트레스 DSR에 수도권 비수도권 차별화 내용이 있어서 지방과 수도권에 실질적인 차이를 두는 정책 방향이 효과적으로 작용할지 고민 중”이라며 “아직 확정 전이지만 지방 가계대출과 관련된 자금 공급이 필요하다면 수도권 내지는 특정 급등 우려 지역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목표치를 두면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건설업계는 미분양이 심각한 수도권 이외 지역부터 상향된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건의했다.
정치적인 상황도 가계대출 관리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서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한 정부의 최종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고, 조기 대통령선거가 시행될 경우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잇따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