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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정국이 박근혜 때와 다른 점

2025-01-10 13:00:06 게재

작금의 탄핵정국은 박근혜 대통령 때와 다르다. 탄핵심판 대상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대응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정권은 비교적 포용적이고 순응적이었다면 윤석열정권은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며 저항적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기도의 위헌성과 불법성을 부정한다. 탄핵정국이 만들어진 이유를 정권을 차지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사법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한 이재명 대표의 정략 탓으로 돌린다. 여전히 틈만 나면 제1당을 범죄자 집단, 종북좌파 세력으로 몰고 간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한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도 경호처를 방패삼아 거부한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극우 열성 지지자들에게 종북좌파 세력에 맞서 끝까지 싸우자며 내란 기도에 이어 내전까지 유도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이 유포한 선거부정설도 여전히 고집한다.

이번 탄핵정국이 박근혜 때와는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조짐은 작년 12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와 탄핵소추 의결 과정 때부터 있었다. 박근혜 탄핵소추 때는 찬성 234표로 바로 가결되었으나 이번 윤석열 탄핵소추는 한차례 부결 후 가결될 때도 204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때는 반대가 56표였으나 윤석열 때는 무려 85표였다. 새누리당과 국민의힘 보유 의석수 대비 탄핵소추 찬성 비율을 보면 박근혜 때는 48%였는데 이번에는 11%에 불과했다.

탄핵찬성 여론지형도 마찬가지다(이하 한국갤럽 2016년 12월 6일~8일, 2024년 12월 10일~12일 기준). 박근혜 때는 81%가 찬성하고 14%가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75%가 찬성하고 21%가 반대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박 대통령 지지율은 5%, 새누리당 지지율은 13%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은 11%이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24%였다.

박근혜보다 더 엄중한 데도 버티는 이유

윤 대통령이 직접주도한 친위 쿠데타는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권력사유화와 국정농단이라는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보다 훨씬 더 위중하다. 그리고 그 위헌성과 불법성이 훨씬 더 가시적이고 명확하다. 그런데도 윤석열정권이 지금처럼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훨씬 더 위중한 탄핵사유가 절멸의 위기감을 불러와 역설적으로 더 강하게 버텨야 한다는 의지를 생성시킨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박 대통령 때 너무 무르게 대응해 정권도 잃고 정치적 분열마저 겪었다는 이른바 ‘박근혜 트라우마’와 학습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꼭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에 빠진 위험한 대통령을 배제하고 훨씬 더 전향적인 인식과 태도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국민의짐’이 아닌 그야말로 국민의힘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특히 야당세력과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그리 강고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한층 더 크다. 가령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뢰도(41%)는 압도적이지 않다. 우원식 국회의장(56%)보다도 낮다. 탄핵찬성파 중에서조차 그렇다. 특히 중도층은 85%가 탄핵에 찬성했지만 단지 36%만이 민주당을 지지했으며 41%만 이 대표를 신뢰했다(한국갤럽 2024년 12월 10~12일).

범국민적 보수혁신운동 필요한 시기

그런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런 상황을 단지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삼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국민의힘 정당조직의 성격 변화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극우 영남당 성격이 강하다. 지역구 의원 90명 중 59명(65.6%)이 영남권 의원이다. 19대와 20대 국회 때는 절반 이하였는데 21대 국회 때(69%)부터 부쩍 늘어났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분열과 재통합을 거치며 극우 포퓰리즘적 성향을 강화했다. 국민의힘은 영남-친극우세력-친윤세력 조직으로 변화해왔다.

이들에게 윤 대통령은 시그니처 브랜드다. 윤 대통령이 망하면 자신들도 망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당해산청구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헌정체제 파괴 시도마저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국민의힘이 유지되는 한 현 정국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범시민적 보수혁신운동이 등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 휴마니타스칼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