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라벨링 교육생도 시용근로자”
서울지노위, 기존 행정해석 뒤집어
“단순 교육 아닌 종속적 근로제공”
노동위원회가 면접 합격 후 교육을 받던 ‘교육생’도 시용(수습)근로자로 인정하는 판정을 내려 주목된다. 그동안 교육생을 ‘근로관계 불인정’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12일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9일 데이터라벨링 업체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직무교육 종료 후 교육생 A씨에게 구두로 채용 탈락을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데이터라벨링’은 인공지능(AI)이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데 필요한 자료를 가공·검수하는 작업이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데이터라벨링 업무를 위탁받은 국내 아웃소싱업체다.
A씨는 채용 면접에 합격해 지난해 7월 1일부터 11일까지 업무교육을 받았다. 교육 당시 A씨는 “교육기간은 채용 확정을 위한 심사 과정이므로 근로계약 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교육생은 근로자가 아니며 채용 확정 전 채용 응시자 신분” 등의 조항이 담긴 교육안내 확인서에 서명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교육 마지막 날인 11일 A씨가 업무평가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구두로 채용탈락을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0월 8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업무교육은 단순한 채용을 위한 교육 및 테스트 과정이었다기보다는 사용자의 궤적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이뤄진 근로의 제공 과정”이라며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판정했다.
근로관계를 부정한 교육안내 확인서도 무효로 판단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에 대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의 의사대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이라며 “이 규정만으로 시용근로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생은 “업무 능력이나 적격성 여부 판단을 위한 교육으로 수료실적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면 사용종속관계가 없다”는 2000년 고용부 행정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은성 노무사는 “이번 판정은 지난해 7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콜센터 교육생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데 이어 교육생의 ‘부당해고’까지 인정된 첫 판정”이라며 “이번 판정이 교육생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도 “사용자가 면접시험 합격자인 구직자에게 직무교육을 하고 평가로 채용하는 것은 사용자가 업무 성과를 최대화하려는 것”이라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이 최적화되는 과정인만큼 이 구직자는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