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CCTV 접속기록 사라졌다

2025-01-14 13:00:16 게재

서울시·자치구, 보관기간 지나 폐기

주요 내란증거 유실, 파장 커질 듯

12.3계엄 당일 군의 서울시 CCTV 접속 자료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의 소극적 대처로 내란 사태 수사 및 계엄 사전 모의 정황을 밝힐 주요 기록이 사라져 파장이 예상된다.

1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수방사 및 특전사의 서울시 CCTV 접속기록 상당수가 유실됐다. 서울시 CCTV는 각 자치구 폐쇄회로망과 연결돼 있다.

군은 12.3계엄선포 당일 서울시 CCTV 접속권한을 활용해 자치구망에 들어가 서울 구석구석을 살폈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등이 주요 지역으로 군은 계엄 당일인 12월 3일과 4일 이틀간 서울시 CCTV에 총 781회 접속했다. 작전 차량 이동을 위해 교통상황을 살피고 국회와 대통령실 인근 상황을 확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내란 증거를 밝힐 주요 기록 중 하나인 자치구 CCTV 영상기록 대부분이 삭제됐다. 자치구 영상 기록은 서버 용량 때문에 보관 기간이 한달인데 기록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가 보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보존 시도를 했다는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8일 서울 자치구들에 공문을 발송해 계엄 당일 군의 CCTV 영상기록을 보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록을 남기겠다고 회신한 자치구는 4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자치구들은 서버 용량 부족을 이유로 기록 보존을 거부하거나 서울시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군이 열람목적을 허위로 기재해 CCTV를 접속했는데 이를 방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시는 협약을 맺고 CCTV 열람권한을 관계 기관에 제공한다. 협약에 따르면 CCTV 화면은 재난상황이나 훈련 시에만 열람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계엄 당일 군은 장비점검이나 테스트 명목으로 열람했다. 열람 목적을 허위로 기재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점을 문제삼지 않고 있다.

25개 전체 자치구와 연결된 CCTV망의 접속 및 열람 허가권한은 서울시에 있지만 시가 계엄 당일 수백회에 걸친 군의 CCTV 접속 여부를 국회의원이 자료 요구를 한 뒤에야 비로소 확인한 점도 문제다.

◆내란 수사 결정적 증거 될 수도 = 서울시 CCTV 접속 및 관련 자료가 주요 기록으로 지목되는 것은 내란 사태 정황을 밝힐 각종 증거가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특전사의 접속권한 요청 시점이다. 박수빈(민주당) 서울시의원이 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초 접속권한이 없던 특전사는 지난해 1월 서울시에 로그인 권한을 요청했다. 야당이 운영하는 내란 진상 조사단은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수방사령관 지시에 따라 일명 ‘수호신 TF’가 비밀리에 운영된 사실을 밝혀냈다.

CCTV에 담긴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촬영 모습. 연합뉴스

특전사가 서울시 CCTV 접속권한을 신청한 것은 이보다 한달 앞선 1월이다. 두 사실의 연관성, 수호신 TF 운영 목적 등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군이 계엄을 준비한 것은 4~5개월전이 아닌 1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 된다.

수호신 TF는 이진우 사령관이 만든 수방사 대테러 부대다. 조사단은 실제 이 팀이 계엄 당일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2월 31일 공개한 이진우 사령관의 계엄 전날(12월 2일) 휴대전화 메모엔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김용현 전 국방장관 회의 직후 첫번째 할 일로 ‘수호신 TF’ 출동 지시가 적혀 있다. 이 사령관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200여명의 수방사 병력을 출동 시킨 장본인이다.

박수빈 시의원은 “이처럼 중요한 기록 보존을 공문 한번 보낸 것으로 끝낸 서울시에 우선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놓치고 있다면 시와 자치구가 CCTV 자료를 임의제출이라도 해야한다”며 “보존 기간과 현실적 한계로 주요 내란증거가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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