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다시 2%대로 오름세 커지나
지난달 수입물가 6개월 만에 큰폭 상승
소비자물가 작년 10월 저점후 상승폭↑
한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
국내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2%대로 오름세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4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2020=100)는 142.14로 전달(138.80)보다 2.4%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전달 대비 기준 지난해 10월(2.1%) 이후 석달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해 4월(3.8%) 이후 가장 큰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수입물가가 오르는 데는 환율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로 같은 가격에 수입하더라도 원화로는 추가 지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수입물가도 계약통화를 기준으로 하면 전달 대비 0.2% 하락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출입 거래를 할 때 대부분 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계약통화인 달러를 기준으로는 0.2% 하락했지만, 원화를 기준으로 2.4% 올랐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1434.42원)은 11월 평균(1393.38원)에 비해 2.9% 올랐다. 이러한 환율 상승이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도 중동산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월평균 72.61달러에서 73.23달러로 0.9% 상승해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수입물가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환율 상승이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수입물가는 수입 소비재 가격 외에도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입재 조달 비용을 높여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4분기 이후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커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수입물가는 지난해 9월 전달 대비 -2.6%까지 하락했다 10월(2.1%) 이후 오름세를 유지했다. 소비자물가도 작년 10월 1.3%까지 오름세가 주춤했지만, 11월(1.5%)과 12월(1.9%) 두달 연속 상승세를 키웠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비교적 안정을 보였던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다시 커질 가능성이 나온다. 최근 미국발 물가오름세가 다시 확산될 조짐까지 나오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에 앞서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달 말 “다음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전망경로에서 환율 움직임과 소비심리 위축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로 예상했고, 올해 연간 상승률도 1.9%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한은이 15일 발표한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도 11월보다 2.4% 올랐다. 지난달 무역지수(달러 기준)는 수출물량지수(126.80)와 수출금액지수(141.37) 모두 전년도 동기 대비 각각 6.5%, 7.8% 상승했다. 수입물량지수(116.05)와 수입금액지수(138.64)도 각각 5.5%, 1.9% 올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