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불법기부 화물단체 간부들 유죄
법원 “국회의원 직무공정성 훼손”
지입제 폐지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화물운송단체 간부들이 유죄를 선고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형사4단독 장병준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회장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사 B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지역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이사장과 전무에게는 각각 벌금 1500만원,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각 법인에도 벌금 1500만원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됐다.
이들은 2022년 9월~2023년 1월까지 운수사업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지입제’를 폐지할 목적으로 국회에 발의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입법을 저지하려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등 국회의원 5명에게 많게는 4490만원에서 적게는 1000만원씩 모두 1억19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다.
화물운송업계에서는 차주가 자기 소유의 차량을 운수사업자 명의로 등록한 후 운수사업자로부터 사업권을 위탁받고, 운수사업자는 차주에게 행정적, 법률적 지원을 하는 대가로 위·수탁비를 받는 이른바 ‘지입제(위·수탁제)’가 오랜 관행으로 정착돼 왔다. 하지만 ‘지입제’를 개선하기 위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되자 이들은 운수사업자들의 이익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을 우려해 입법을 저지하고자 로비활동을 벌였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 단체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청탁하거나 알선하는 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 기부의 투명성, 순수성을 훼손시켜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했다”며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의 권한이 부정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켜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시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범행이 국회의원들의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기부된 돈이 반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