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유족 순위변경 “몇년 동거로 안돼”

2025-01-20 13:00:04 게재

법원 “자식의 도리를 행한 것 일뿐”

국가유공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몇 년간 동거하거나 병원 통원치료를 도운 정도로는 유족보상금 지급순위를 바꿀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식의 도리를 행한 것 이상으로 고인과 특별히 높은 수준으로 부양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자녀가 통상적인 도리를 한 것일뿐 자녀들간 협의를 통해 부양을 전담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선순위 유족등록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11월 무훈수훈자 자격으로 국가유공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021년 2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7자녀 중 6번째였다.

A씨는 2022년 4월 “내가 부친을 주로 부양했다”며 서울지방보훈청에 선순위 유족 신청을 냈다. 그러나 A씨의 동생 B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보훈청은 심의에 나섰다.

국가유공자법은 유족 보상금의 지급 우선순위를 배우자, 자녀 등 순으로 정한다. 순위가 같은 유족이 여럿인 경우 서로 협의해야 하고, 협의가 없는 경우에는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이 선순위로 보상금을 받는다. 이 방법으로도 지급 대상자가 정해지지 않는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보상금을 받게 된다.

이후 보훈청은 같은 해 11월 “두 사람 모두 ‘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 부양사실을 입증할 공부(관공서 장부)가 없고, B씨는 부친과 주민등록이 일정기간 일치하지만 사회통념상 자식의 도리 이상으로 공동체를 이뤘거나 다른 유족보다 높은 수준으로 부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2011년 노인재가센터에 부친 보호자로 등록한 뒤 요양보호사 2명의 돌봄을 받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 자비로 아파트를 마련해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아버지의 병원비·간병인비로 4000만원, 어머니 병원비로 2400만원을 지출했다”며 “자신이 아버지를 주로 부양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아버지와 2년여간 동거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파트는 A씨의 자비로 취득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취득자금(2억8000만원)의 상당 부분이 부친이 기존에 살던 주택의 임대보증금 등과 모친이 소유한 현금 1억원을 모두 A씨에게 주었다”며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 역시 고인의 연금 등 수입과 다른 자녀들의 경제적 지원으로 많은 부분이 충당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인의 사망 전 몇 년 동안 동거하거나 병원에 모시고 다녔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인을 전적으로 부양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통상적인 자녀의 도리를 넘어 고인을 전 생애에 걸쳐 높은 수준으로 특별히 부양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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