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혼돈기, 은행권 또 외풍에 흔들리나

2025-01-20 13:00:03 게재

여야, 조기대선 예고속 은행 쥐어짜기 우려

서민금융지원 확대·가산금리 인하 등 압박

“이익내 자본여력 커져야 서민지원도 가능”

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혼돈이 심화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정치권의 외풍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정치권이 은행의 과도한 이익 차단을 명분으로 서민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라고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주요 은행장이 20일 간담회를 갖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 이르면 5~6월쯤 조기대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과 유력 대선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서다. 이날 이 대표와 은행장 간담회도 이러한 정치일정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는 철저히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고 주요 내용도 당에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제시한 논의 안건은 △서민금융 지원 확대 △자영업자 및 가계대출 가산금리 인하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확대 등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통상적인 당 대표의 대외 활동이라는 입장이지만 시기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은행장들이 정당의 대표와 정해진 안건을 놓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최근 이 대표가 한국은행 간부를 국회로 부르고, 서민금융지원센터 등을 방문해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의 모든 진행과 결과에 대한 언론발표 등은 민주당에서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은행을 통해 민생을 챙긴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간담회 내용도 당장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 현안이 아니다. 서민금융 지원은 이미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지난해 말 계획을 발표해 1분기 집행을 준비중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올해 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으로 7000억원을 포함해 11조원 이상의 서민금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에서 집중적으로 요구하는 가산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개별 은행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예금보험료와 출연료, 각종 보증보험료와 수수료 등 사실상 의무적으로 납입하는 부담금을 포함하면 은행의 가산금리 체계를 대폭 손보기도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별 은행이 정한 연간 자산운용 규모나 이에 따른 이익 수준 등에 일부 조정의 여지가 있지만 무작정 이익을 적게 내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정치권에서는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해의 소지도 있다”며 “은행이 이익을 못내면 자본여력에 문제가 생기고, 그만큼 대출총량도 줄어 서민과 금융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3단계 스트레스DSR 규제 등을 시행하면 가산금리 체계가 더 엄격해져 서민과 중산층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만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선의에만 맡길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은행들이 각종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당국과 국회를 상대로 다양한 요구를 하지 않느냐”면서 “입법권을 가진 국회 정무위를 중심으로 은행이 거둔 수익의 적정한 사회적 환원이라는 출밤점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도하는 20일 은행장 간담회에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등이 참석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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