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농가 난방비 ‘에어로겔 커튼’으로 해결
겨울한파에 난방비 급증 농가 경영비 부담 … 신기술 개발 속도, 에어로겔로 1375만원 절감 효과
토마토를 1헥타르(㏊)에서 재배하려면 한달 난방비가 2500만원까지 나온다. 기존 보온커튼을 사용하면 난방비 1150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데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사용할 경우 절감액이 1375만원까지 늘어난다.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 설치비는 ㎡당 1만4000원으로 기존 다겹보온커튼(1만3000원)보다 약 8% 비싸지만 난방비 절감 효과가 커 1~2년 만에 추가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겨울 한파에 시설농가들의 작물 재배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온실 난방비 증가와 탄소 배출로 농가 경영이 불안정해지면서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과 같은 다양한 기술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농가에 보급해 실용화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설재배 농가는 화학솜과 폴리에틸렌(PE) 폼 소재로 된 다섯겹의 보온커튼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화학솜은 습기를 흡수하면 보온력이 떨어진다. 또 아침에 커튼을 걷을 때 솜이 머금고 있던 찬 물방울이 작물에 떨어져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생장이 멈추는 순멎이현상을 일으킨다. 폴리에틸렌 폼은 투습도가 낮아 온실 안 습도가 높아지는 문제를 유발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가 위해 고성능 신소재인 에어로겔을 활용한 다겹보온커튼을 개발했다. 에어로겔은 나노 크기의 다공성 구조를 가진 물질로 매우 가볍고 단열성이 우수해 방위산업, 항공 분야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에어로겔을 흡수시킨 부직포를 가운데 두고 위아래로 마트지와 멜트블로운 부직포를 부착해 다섯 겹의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제작했다. 에어로겔 함량이 낮으면 단열성이 떨어지고, 높으면 입자가 묻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적용했을 때 똑같이 다섯겹인 기존 보온커튼보다 난방비가 15~20% 절감됐다. 두께가 얇아 그늘도 덜 발생했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 특허를 등록한 후 기업체에 기술이전해 실용화 기반을 마련했다. 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신기술보급사업으로 전국 57개 농가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보급했다.
농촌진흥청의 신기술보급사업 참여 농가 중 1743㎡ 면적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설치한 경기 양평 딸기 농가와 2125㎡ 규모에 설치한 전북 익산 딸기 농가는 기존 다겹보온커튼을 사용했을 때보다 1년 난방비를 400만원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과습 환경이 개선돼 딸기 상품성도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태안의 한 화훼 농가는 1324㎡ 면적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설치해 1년 난방비를 620만원 절약했다. 저온기에는 온실 내 과습 환경이 개선됐고 고온기에는 차광커튼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수확량과 상품성이 크게 높아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커튼 소재 중 하나인 멜트블로운 부직포가 마스크 생산에 우선 투입되면서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농업용 부직포로 대체하고 에어로겔 함량을 5~8%에서 12%로 늘려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보온율은 66.7%에서 72.3%로 높아졌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사업 시행 지침 ‘에너지절감 시설 지원 단가표’에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이 포함되도록 해 농가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농촌진흥청은 수명이 다한 기존 보온커튼을 교체할 농가들이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을 선택하도록 홍보할 계획이다.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이 농가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다양한 신소재를 이용한 농업용 보온자재를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