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조사 못하고 검찰로

2025-01-23 13:00:06 게재

공수처, 체포·구속했지만 대면조사 불발 … 검찰, 보강수사 후 기소 전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피의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있는 검찰에 빨리 넘기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다음달 초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는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피의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공소제기요구처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윤 대통령 사건을 공소제기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부할 예정이다.

오동운 공수처장 출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공수처가 경찰과 함께 윤 대통령을 체포한 지 8일, 윤 대통령을 구속한 시점부터는 나흘 만이다. 대검찰청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공수처에게 주어진 기한(28일)보다는 5일이나 앞선 시점이다. 공수처에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검찰로 사건을 송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수처와 대검은 최장 20일인 구속기간을 절반씩 나눠 윤 대통령을 수사하기로 한 바 있다.

공수처는 ‘12.3 내란 사태’ 직후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등과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또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검찰로부터도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3차례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자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두 차례 시도 끝에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또 19일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도, 구속된 것도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고도 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대면 조사한 것은 체포 당일 딱 한 차례 뿐이다. 이마저도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의 정당성 등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10시간가량 진행된 조사 내내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16, 17일 조사에는 아예 출석하지 않았고, 19일 구속 수감된 이후에도 공수처 조사를 모두 거부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은 20일 강제구인을 위해 윤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를 찾았으나 윤 대통령이 응하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21일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이 끝난 이후 서울구치소를 찾았으나 윤 대통령이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바람에 허탕을 쳐야 했다. 공수처는 22일에도 현장조사까지 대비해 협조공문까지 보내고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으나 윤 대통령이 구인도 현장조사도 모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측에서도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같은 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에 막혀 불발됐다.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넘기기로 한 것은 이처럼 윤 대통령측이 완강히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강제조사 시도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건을 쥐고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기소권이 있는 검찰에 사건을 빨리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반기는 분위기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는 대로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보강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기소하려면 공소사실을 작성하고 증거목록을 마련해야 하는 등 준비할 것이 많다”며 “우선 공수처 수사 기록을 검토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비롯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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