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영토확장, 카드사 수수료 이중고 위기
무료 삼성페이도 유료화 움직임
카드업계 실익 놓고 의견 분분
애플의 간편결제서비스인 애플페이가 한국에서 영토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에 이어 신한카드와 KB카드 등 주요 카드사가 애플페이 서비스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KB카드는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 여부에 대해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입을 닫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이상 업계에서는 두 카드사의 애플페이 서비스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페이는 종전 마그네틱 방식(MST)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 두가지 모두 가능하다. 이는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애플페이는 NFC 방식만 가능하다. 한국 결제시장 단말기는 MTS와 신용카드를 꼽아 결제하는 IC 방식이 대부분이다. NFC 단말기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NFC 단말기가 보급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 NFC 단말기에 따라 결제를 위해 아이폰과 접촉하는 방식이 달라 가맹점이나 이용자 모두 불편함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이 때문에 애플페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실물카드 소지를 권하고 있다.
애플페이를 쓰려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사용자만 가능하다는 점, 국내 결제 시장 환경과 달라 가맹점이 많지 않은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면서 홍보 등의 효과를 거뒀지만 수익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 주목하는 업체들도 있다. 최근 해외 여행 등 해외결제 시장이 성장하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삼성페이보다 애플페이를 선호하고 있다. 해외 결제용으로만 애플페이를 사용하더라도 카드사는 그리 큰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2030 청년층은 물론 가족카드를 사용하는 10대 청소년들이 아이폰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들을 사전에 유입하기 위해 애플페이가 필요하단 논리다.
애플페이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높은 수수료가 문제다. 현대카드는 애플에 애플페이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공식 확인된 바 없지만 수수료는 0.1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애플이 중국에서 받는 수수료의 5배 가량 된다.
현대카드가 국내 애플페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후발 주자인 신한카드와 KB카드 역시 기존 애플과 현대카드 선례를 참고삼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과 현대카드가 수수료율을 조정해 낮출 수 있지만 국내 카드사의 애플페이 서비스 확대는 또 다른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바로 삼성페이의 유료화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선두주자였던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는 서비스를 도입한 2015년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오는 8월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카드사와 협약을 통해 수수료를 받지 않았는데 이 협약이 오는 8월 만료된다. 수수료율 등의 조건이 이때 공개될 전망이다.
카드사들이 애플에 지급할 수수료를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한해 700억원 가량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러한 당근을 놓칠리 만무하다. 경쟁사에 대해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지급하는 이상 삼성전자도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면 카드사들도 수수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현대카드가 2023년 애플페이를 도입하자 유료화를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간편결제시장 생태계 조성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삼성전자가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카드사들에게는 어려운 과제가 하나 더 생긴다.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줄어드는데 반해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등에도 수수료를 지급하는 이중고를 겪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페이는 국내 결제 규격이 아닌 해외 결제 규격을 따른다. 이는 애플페이와 제휴하고 있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해외 브랜드에 대해 추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직접적인 부담 전가보다는 혜택 축소 등이 우선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3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한지 2년이 되는 시점이라, 애플이 수수료율을 조정해 신한카드와 KB카드 등에 문호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율을 다소 낮추고 카드사를 늘리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