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2024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이에 대한 수사로 소용돌이치던 정국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향후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실체가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얘기만으로도 충격 그 자체다.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서해상에서 K-9 자주포 200여발을 쏘는 과도한 포격 훈련 실시, 무인기의 평양 중심부 침투 및 전단 살포, 쓰레기풍선에 대한 원점타격 지시, 북한군을 가장한 군인들의 정치인 및 미군에 대한 공격 계획 등 기존 ‘북풍’급 사주를 넘어선 전쟁 기도의 조각들이 회자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외교적 신뢰에 기반했던 역대 정책의 기반이 순식간에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 국민은 물론 우방국, 국제사회에게 신뢰성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외교·안보정책과 대북정책에도 심각한 타격과 파급영향이 예상된다. 다극화 질서와 지역 분쟁의 격화, 북러동맹 및 북핵 고도화, 트럼프행정부 출범 등 국제 및 지역정세 현안에 기민
12.10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2년 반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다. 낮은 지지율이 모험주의적 정변의 출발점이 됐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전단지와 확성기, 무인기를 이용한 우발적 국지전 유도, 그리고 비상계엄을 기획하고 있다는 경고가 많았다. 괴담이라고 여겨졌던 비상계엄 쿠데타가 현실이 되고 오늘도 끝나지 않고 있다. 국지적 도발을 유도한 증거들도 폭로되고 있다. 쿠데타가 불발로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나도 국방부는 국군통수권자가 윤석열이라고 대답한다. 내란범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국방부 장관, 국정원 차장 등 정무직을 임명하며 권한을 행사하는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란수괴의 처벌회피를 도우며 국회 탄핵안 투표를 불성립시켜서 벌어진 모순이다. 안보불안 속에서 75%의 국민이 윤석열 탄핵을 찬성한다. 한국의 안보위기를 이용해 일본 인터넷에서는 독도를 침공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우발적 국지적 충돌이나 탄핵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 내란수괴가 국군통수
12.03
2024년 6월 2일 중국 인민대학의 스인훙 교수는 뉴욕타임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북러조약이 한미일동맹과 결합해 지역 내 대립과 경쟁, 갈등을 상당히 악화시키면서 중국의 주요 이익 중 하나인 한반도 평화가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2024년 10월 11일 랜드연구소의 부루스 베넷은 ‘북러동맹 작동 가능할까? 확신불가능(A Russia–North Korea Alliance in the Works? Don’t Be So Sure)’이란 제목의 글에서 ‘북러조약은 러시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의 탄약을, 북한이 자국 인민 불만해소 차원에서 러시아의 식량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체결되었는데 중국이 이것과 관련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왜 중국은 북러조약의 의미를 그처럼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평가절하하는 것일까? 북러조약이 중국과 미국에 미치는 긍정 및 부정적인 의미 측면에서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북러조약의 공통분모는 중국 북
11.26
오는 12월 북한의 ‘조선 옷차림 풍습’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3월 북한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에 조선 옷차림 풍습을 등재신청했고 평가기구는 심사 이후 조선 옷차림 풍습에 대해 등재권고를 판정했다. 북한이 조선옷을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 등재신청 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2020년 한차례 신청했으나 조선옷이 당국의 통제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보류됐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신청하면서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왜 북한은 ‘조선 옷차림 풍습’을 다시 등재하고자 하는 것일까. 북한에서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의 의미 일반적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은 유산의 의미를 인정받고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할 수 있는 지원을 받으며 관광·문화산업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효과를 가진다. 국제적으로도 국가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도 이런 이유들로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일
11.19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다시 당선되면서 한반도의 안보정세도 크게 요동치리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동이 성사되고 주한미군 주둔비(방위비) 대폭 인상 압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다. 이 두가지는 그 후속 조치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도 북미관계와 한미동맹에 큰 의미를 가진다. 2019년 2월 말의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되었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는 결별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계속 ‘연애편지(love letter)’를 주고받았다고 밝혔고 지난 7월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는 “김정은과 매우 잘 지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았다. 그는 나를 그리워할 것이다”라고 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의미있는 결과를 내기는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북한이 5년 세월 동안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륙간탄도탄을 포함해 핵무력을 양적 질적으로 크게 강화했다. 러시아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든든한 안보동맹뿐
11.12
중국이 미국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호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지만, 중국도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중국을 견제하는 것에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가에 따라 중국이 직면할 리스크의 내용이 달라질 뿐이다.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가 당선되었다면 바이든행정부 시기 구축한 양국의 정면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들이 계속 작동하고, 미중관계는 지금보다는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이 미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가장 확실한 것은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즉흥적이고 관례를 무시하는 통치스타일을 가진 트럼프 본인이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지금으로서는 트럼프행정부 2기의 미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를 파악하고 그 추이를 관찰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 내에서도 주요 변수가 무엇이고 그 변수가 미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트럼프
올해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육군은 중대급에서 운용하는 60mm와 대대급에서 운용하는 81mm 박격포를 드론으로 개편하는 변경사항을 확정했다는 내용이 밝혀졌다. 육군이 미래 군구조개편 일환으로 아미 타이거로 개편하면서 전력이 확보되면 박격포를 드론봇으로 재편해 기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전장에서 값이 싸면서도 정찰과 타격 등 다양하고 현저한 역할을 하자 주목을 받는 무기기 되었다. 육군이 드론을 도입하는 바탕에는 공격용 드론이 더 먼거리 표적에 대해 정밀타격할 수 있고 인력이 덜 소요되어 비중있게 고려한 듯하다. 가볍고 활용이 용이한 드론과 로봇을 투입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완성하려는 고뇌의 산물로 이해된다. 전쟁의 실상을 분석하고 적응할 준비를 하는 것은 전승의 첫걸음이고 최신의 전쟁추세를 고려해 무기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전쟁사는 직업군인들에게 다루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11.05
국가안보에 관한 정책 중 가장 고민해야 할 게 전쟁에 관한 결정이다. 남의 전쟁 개입도 그에 못잖은 고민이 필요하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외교적 군사적 딜레마가 생겼다. 남의 전쟁에 간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한국의 국익과 안전에 미칠 파장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파병과 반(反)파병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반파병은 파병 반대여론까지 포함한다. 조선시대에도 건주(建州, 남만주) 여진족 정벌, 명·청 전쟁, 나선정벌 등 15번이나 파병을 요청받았다. 사대주의 국제질서 속에서도 찬반토론 과정을 거쳐 파병 결정이 바뀐다. 성종 때 건주 여진 정벌을 위한 명나라의 파병 요청에 대해 찬성의견은 대국에 대한 예의와 세조 때 파병 전례다. 반대측은 평안도 흉년, 겨울전쟁의 불리함과 세종 때 거절한 사례를 들었다. 파병이 결정되자 승문원 참교 정효종이 상소를 올린다. “남 좋은 일 해 줄 필요 없다. 사대도 조선 이익을 고려해야 하며 파병하
10.29
최근 안보 이슈가 국내정치 이슈와 연계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의 파병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3일 후 미국방장관도 파병설에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정보력을 과시한 후 뒤늦게 미국이 확인해주는 수순이다. 신속한 한국과 신중한 미국이 대별되는 모습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그토록 자랑하던 한미정보당국의 찰떡공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북한은 파병설을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다가 간접 시인하는 듯하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강변한다. 부인하지 않는 것과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파병설을 인정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이라면 우리에게는 당연히 심각한 안보이슈이다. 북한의 파병조치가 북러 신조약에 따른 것이라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자동 군사개입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동군사개입이 북한에게 있어 강력한 체제보위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러시아의 첨단
10.22
“모든 유혈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1956년 발표된 박봉우 시인의 시 ‘휴전선’의 한 부분이다. 6.25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로 등을 돌린 채 ‘적대’와 ‘정권 종말’을 외치며 분단의 벽을 허물지 못하는 남북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해서 안타깝다. 최근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핵 위협도 모자라 올 5월부터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풍선을 29차례나 날려 보냈다. 지난 11일에는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범해 삐라를 살포했다”면서 전방 포병부대에 사격태세를 갖추고 15일 남북교류의 상징인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이틀 뒤 북한매체는 “남북연결도로 폭파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지난 7~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이 개정되었음을 시사했다. 이
10.15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94년 8월 15일 김영삼정부 시기 발표한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이다. 남북이 자주 평화 민주의 3대 원칙에 입각해 경제·사회·문화 공동체를 형성,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로 정치적 통일을 완성해 간다는 구상이다. 또한 통일과정을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 등의 3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화해·협력단계’에서 대내외적 조건들을 성숙시키기 위해 남북 간 불신 및 적대관계의 청산,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을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 보면, 평화를 우선 정착시키고, 이후 평화통일을 이룬다는 구도다. 지난 30년을 회고해 보면 우리 사회는 통일에 대한 외면적 관심과 실질적인 무관심이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었다. 왜 그럴까. 지난 30여년간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미중 전략경쟁과 신냉전적 진영화, 동북아 군비경쟁과 대립의 심화 등 국제·지역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오롯이 남북한 통일과정만 상정하는 방안적 통일은
10.08
북한과 중국이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선포했지만 10월 6일 양국 국교수립 75주년 기념행사는 소규모로 치러졌다. 나쁘지는 않지만 뜨뜻미지근한 관계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미묘하다”고 평가한다. 일부 한국언론은 중국이 북한의 친러시아 행보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양국 관계가 ‘이전과 달리 최악의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2023년 양국이 국경개방 이후 무역 품목의 다양성과 무역 규모의 회복이 더딘 점을 지적하며 유엔 안보리 제재 틀 내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조차 삐걱거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교역이 급감했고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중국해관 통계를 분석해보면 2010년대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점차 상승해 90%에 이르렀고, 2023년의 경우 95%를 넘었다. 과거 한국이 과점하던 대북교역의 이익을 5.24조치 이후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 무역의 대중 의존 심화에 따라서 양국의 상호의존이 증가되었다고
09.24
광복회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다. 광복회는 단군의 고조선 건국 시점을 건국일로 생각하며 1948년 8월 15일을 상하이임시정부의 정신을 이어받은 공화정정부를 정식으로 수립한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이 상당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1948년 8월 15일 건국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상하이임시정부가 합법적인 망명정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하이임시정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더라면 8.15 해방과 동시에 이것을 중심으로 한반도에 정부가 수립되었을 것이다. 이 경우 1948년 8월 15일 건국 주장은 제기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보듯이 건국논쟁의 중심에 상하이임시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있어 보인다. 상하이임시정부는 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일까? 비밀 해제된 미 국무성 자료를 포함한 관련 기록을 보면 이승만과 김구는 물론이고 중국의 장제스(蔣介石)가
09.03
공동성명에 대한 공동성명이 나왔다. 지난 8월 18일 한미일 정상이 별도 회동은 없었지만 1년 전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기념하고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캠프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은 안보문제에 관해 상호 긴밀히 협력한다는 정신과 원칙을 천명하고 구체적인 ‘공약’을 문서로 발표했다. 핵심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할 것을 공약한다’는 것으로서 문구상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미일안보조약과 다르지 않다. 한미일 국방장관들이 캠프데이비드 공약을 구체화했다. 7월 28일 도쿄에서 서명된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다. 국방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TSCF는 “고위급 정책협의, 정보공유, 3자훈련, 국방교류협력 등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한미일 국방당국 간의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당시 신원식 국방장관은 “3국
08.27
미국이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 협공에 대비해 전략을 수정했다. 중국과 북한이 핵전력을 급격히 증강해 현 추세대로라면 중국은 2030년에 1000기, 2035년에 1500기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현재 60기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제능력이 제한되어 있지만 200기까지는 보유할 것이라는 게 미 국방부 평가다. 미국의 전략수정은 러시아 중국 북한의 핵을 동시에 억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황인식은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동일하다. 큰 변화는 미국 공화당이 지난 7월 발표한 정강에서 한반도와 북한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고, 8월 19일 발표한 민주당의 정강 정책에서도 북한 비핵화 내용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북한을 현실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며 북한 비핵화 전략에서 핵군축전략으로 방향전환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런데도 우리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는 발표를
08.20
손자병법 허실편에 무소불비無所不備 무소불과無所不寡라는 내용이 있다. 방어할 곳이 많아지면 병력과 자원이 분산된다. 모든 곳을 지키려고 하면 모든 곳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어 모든 곳을 막겠다는 만리장성도 뚫리지 않는 적이 없다. 용치의 필요성 재검토해야 우리는 6.25 전쟁 때 탱크 위협부터, 크게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 작게는 하늘의 무인기와 풍선, 바다의 잠수정과 작은 목선까지 막아야 하고, 땅에는 낙석 장애물과 용치 등 물샐틈없는 방어 태세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의 부대구조와 무기체계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흔들린다. 기존에 없는 무기체계를 보강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조직을 잘 활용하든지 보강하면 될 것인데도, 전략사령부 창설 보도처럼 상급 지휘 부대가 늘어 상후하박의 부대구조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6·25전쟁 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험으로 북부지역에는 시멘트 구조물로 만든 대전차 장애물로 요새화되어 있다. 낙석 장애물은 찻
08.13
북한의 수해피해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수해복구 지원 제안이 사실상 거부되었다. 예로부터 모자란 것은 나눠 쓰고 상부상조의 미덕을 펼쳐왔던 우리 민족이 어찌하여 이렇게 갈라졌는지 참 안타깝다. 하지만 이번 수해복구 제안에 대한 북한의 거부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남북간 대치국면에서는 아무리 인도적 목적이라 할지라도 그 의미가 왜곡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 시작은 사실 북한이었다. 1984년 당시 서울과 경기지역의 막대한 수해에 대해 북한이 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남측 체제보다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의도, 그리고 1983년 버마 아웅산묘소 폭탄 테러에 대한 정치적 제스처 성격도 있었다. 그러나 정치공세로 끝날 일을 우리측이 받아들임으로써 그야말로 웃지 못할 사건이 되어버렸다. 물론 수해 물자지원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다소간의 회복기를 맞았고 1985년에는 남북 이산가족상봉과 상호 예술공연단 교환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당시의 대결구도를 반전시키기에는 역
08.06
지난주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아들의 수료식에 다녀왔다. 5주 훈련을 마치고 난 아들이 의젓한 군인으로 변해 있었다. 입소식날과는 180도 다른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 사단장이 임석해서 그런지 신병들은 수료식이 진행되는 동안 뻣뻣하고 경직돼 보였지만 소대별로 준비한 수료식 퍼포먼스를 마치자 부모들은 밝고 건강한 아들들을 보고 모두 안심하고 환호를 보냈다. 이런 수료식 분위기와 달리 필자가 경험한 신병교육대 입소식 분위기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긴장 그 자체였다. 신병교육대에 입소하던 날 부대 앞 식당에서 입맛이 없다며 밥숟가락을 뜨지 못하던 아들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또한 부대에 들어선 순간 짧은 머리를 한 MZ세대 아들과 동행한 부모, 그들을 맞이하는 조교들 모두 경계의 눈빛이 역력했다. 이런 분위기는 군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생생하게 그려질 것이다. 신병 교육은 상식과 비상식이 충돌하는 현장이다. 이유는 군대의 특성상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07.30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국 내에서 북핵 접근을 둘러싼 현실론이 다시 한번 부상할 조짐이다. 크게 보면 북핵 접근에서 ‘비핵화’ 우선이냐 ‘위협감소’ 우선이냐로 볼 수 있지만, 논의의 저변에는 북한 핵무기 고도화에 대한 현실인식이 자리한다. 비핵화 협상 제기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울 만큼 핵무기 고도화 의지와 수준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핵·미사일 활동을 통해 등장한 미사일만 사거리별 기능별로 크게 분류하면 14개 무기체계에 달한다. 세분류하면 등장모델만 대략 47종, 이중 도태된 모델이나 개발 중간모델을 제외하면 개발 및 운용 중인 탄도미사일만 34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21년부터 시작된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 기간에 새롭게 등장한 무기는 약 13~15종에 달한다. 북한은 자신들이 개발한 무기들을 ‘전략무기’와 ‘전술핵무기’로 구분한다. ‘전략무기’로 언급한 무기체계들은 10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갖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구성돼 있다
07.23
2023년 9월과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총회와 나토정상회담 등 국제외교무대에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윤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 내용은 가치와 이념을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 어떤 군사적 실천이 가능한지는 담겨져 있지 않다. 윤 대통령의 경고가 번번이 묵살돼도 이에 대한 대국회 혹은 대국민 설명도 없는 실정이다. 윤석열정부가 수교 이후 한국정부가 진보인가 보수인가와 무관하게 친한노선을 견지해온 중국 러시아와 무슨 이유로 갈등하게 되었는지도 설명이 없다. 더 심각한 안보위기는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을 사전에 입수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외정보 관리능력이 문제라는 얘기다. 다른 정권이었다면 정보실패에 따른 국정원과 안보실장의 문책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주 미 CIA 출신 수미 테리가 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에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국내에서는 국정원의 해외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