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8
2024
최근 벌어지고 있는 남북한 고무풍선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벤자민 R. 바버의 ‘뜨는 도시 지는 국가’가 떠오른다. 저자는 국가(중앙정부)는 편가르기 외교와 안보, 실속이 없는 이념이나 위신을 강조한다. “도시(지방정부)는 조약보다 교통을, 원칙보다 도로 파인 곳을, 전쟁보다 쓰레기 처리에 신경을 쓴다”라고 평가한다. 고무풍선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한 중앙정부의 국민 안전조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도민 안전에 위험이 되는 행위를 막고자 나섰다. 특별사법경찰관을 이용해 대북전단을 감시함으로써 북이 풍선을 보내는 빌미를 없애는 최소한의 조치를 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전단 살포금지 조치가 ‘표현의 자유’로 위헌 결정이 난 이래 북한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필자는 북한이 과거처럼 고무풍선에 조준 사격을 하고 남한이 강경하게 대응해 또 북한이 대응하는 포격전을 걱정했다. 실제로 남북 지도자들은 1000배 단위로 보복을 공언해 위기관리보다
06.11
북한은 지난해 연말 당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개 국가관계로 규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다음 최고인민회의에서 두개 국가론의 헌법화를 예고했다. 아직 다음 최고인민회의 개최 소식은 없다. 오는 6월 하순 당전원회의에서 이뤄질 지난 6개월 간 두개 국가관계 진행 상황의 평가가 관전포인트다. 북한의 적대적 두개 국가론은 모색기를 거쳐 형성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합의 불발 이후 대남전략 전반에 대해 재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주요 관심 사안임은 분명하다. 2019년 10월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 남측시설 및 관련 기구 개편을 지시했다. 2020년 6월 대북삐라에 반발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21년 3월 남북대화의 주무기관인 조평통 폐지를 시사했다. 적대적 두개 국가론의 모색기로 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모색기에는 남측인 우리측에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06.04
2024년 한해도 중반에 접어들었다. 6월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달이다. 1950년에는 동족상잔의 전쟁이 발발했지만 2000년 김대중정부 때는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데탕트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숫자는 죄가 없지만 6·25전쟁의 기억으로 6월은 잔인한 달로 대물림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도 2년이 지났다. 기억에 남는 국방정책으로는 남북대화를 중시했던 지난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내세운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한미일 안보협력’ ‘훈련 강화’ 등이다. 그 결과 남북대화는 실종되고 평화보다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만 커졌다. 게다가 지난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책임 규명이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에만 초급장교 2명과 육군 훈련병 2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은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국방 난맥상은 ‘즉·강·끝 대북강경 안보프레임’ ‘명령-복종 프레임’을 강조하는 정부의
05.28
지난 5월 16일 중국에서 중러정상회담이 있었다. 북한의 김정은은 회담 전후 일주일간 중요 군수공장 현지지도를 통해 근거리에서 장거리까지 미사일 대량생산계획을 밝히며 미사일 발사 행보를 연출했다. 핵무기 개발·생산 명분과 정당성에 대한 중러의 지지와 인정 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북한의 국방력발전 5개년계획 4년차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당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핵무기생산계획 및 미사일 개발·생산 과업 등 올해 수행할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 3년 넘는 기간 이들 무기체계 개발에서 나타난 특징과 이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북한 핵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전술핵 공격 능력 확보다. 유도성 대형방사포 위력 제고, 전술핵미사일 실전화에 주력했다. 둘째, 중장거리 타격 능력 제고다. 장거리 미사일 모델을 다종화했고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셋째, 전술·작전·전략급 미사일의 고체연료화다. 2015년 ‘북극성-1’형 첫 발사 후 약 9
05.21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 중 하나는 더 나은 삶을 향한 끊임없는 이주였다. 이주본능은 지금도 계속된다. 빈부격차와 불균등이 심화되면서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본능적인 욕구가 원동력이 돼 이주노동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국가와 체제의 개방 여부와 무관하게 합법·비합법적 방식으로 노동이주가 증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지만 인도주의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에서 이들을 보호하려고 한다. 전세계 30억 노동자 중에서 10억여명이 생활근거지를 벗어나서 노동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은 국가·지방·가정경제 차원에서 막대한 공헌을 한다. 노동력 수출은 빈곤지역의 실업문제를 억제하고 송금과 기술교환, 그리고 자본을 축적한 이주자에 의한 고향 투자는 출신지역 발전에 공헌한다. 부유한 지역·국가는 빈곤한 지역·국가 출신 노동자에 의해 기본적인 인프라가 유지되고 있다. 심지어 저출생고령화에 의한 국가소멸이나 지역소멸을 억제하는 상당히 효과적
05.14
1969년 8월 29일, 6대의 팬텀기가 대구기지에 도착한 이후 50여년 동안 팬텀기는 한반도 세력균형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팬텀기가 들어오기 이전 한국은 지상전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공중전력의 열세로 북한과 비교해 전체 전력에서 상당히 뒤쳐졌다. 팬텀기의 도입으로 한국군이 북한군과 점차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해갔던 것이다. 이 같은 팬텀기가 한달 뒤 퇴역할 것이라고 한다. 팬텀기는 어떻게 도입된 것일까? 팬텀기가 도입된 1969년 8월 당시 북한공군은 미그(MiG)-21, 일류신(IL)-28 등 800여대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공군은 F-5A와 F-86 전투기 200대 미만을 가진 게 전부였다. 이처럼 항공기 대수 측면에서도 열세였지만 한국공군의 F-5A와 F-86은 북한공군 주력기인 MiG-21과 비교해 성능이 상당히 미흡했다. 당시 한국공군 전력이 그처럼 열세했던 것은 미국의 한반도정책 때문이었다. 6.25전쟁 이후 미국은 아태지역을 겨
05.07
북한에서 5월 9일은 김정은이 2016년에 당위원장으로 추대된 날이다. 2016년 당시 36년 만에 열린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당 최고 직책인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되었다. 김정은의 당위원장 추대는 1949년 김일성이 위원장으로 추대된 이후 67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집권 이후 김정은의 권력을 공고화하고 정치적 위상을 자리매김하는 작업들이었다. 그런데 최근 권력을 공고화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유일한 최고지도자로 위치지우고자 하는 김정은의 의도가 드러났다. 북한의 최대 명절인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지칭하는 ‘태양절’이 사라진 것이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등장 당시 할아버지 김일성을 빼닮은 외모로 관심을 끌었고, 이는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위한 장치로 해석되었다. 아버지 김정일만큼 후계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는 기간이 길지도 않았고, 젊은 나이에 집권을
04.30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했지만 22대 국회에 대한 기대는 엇갈린다. 한반도 평화 문제로 범위를 한정해 보면 윤석열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대미 의존 정책에 대한 야당의 강력한 견제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긍정론과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 주었지만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는데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이 섞여 있다. 조국혁신당이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기치를 들어 짐짓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면서 진보층과 일부 중도층의 표심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탄핵은 현실적으로 무망한 일이다. 법적으로도 그렇고 비록 대통령 지지율은 낮지만 총선에서 여당 투표율이 45%로 드러난 마당에 정치적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선거에서 민생 문제가 제일의 쟁점이고 외교안보는 후순위 이슈였다. ‘대파’가 핵무기보다 더 강력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민생도 경제도 인권과 사회보장도 평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중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평화나
04.23
전쟁술 연구에 평생을 바친 미 예비역 공군대령 중 존 보이드라는 사람이 있었다. 보이드는 일찍이 ‘우다(OODA)이론’을 개발해 기동전 이론의 진수를 정립했다. 윌리엄 린드가 기동전 편람에서 그의 이론을 소개했는데 보이드는 에너지 기동이론을 1966년에 정립해 미 공군의 전투기 설계 개념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이단아였다. 보이드는 전투기 설계 시 전투임무 수행에 필요한 필수기능을 제외하고 전투기를 가볍게 만들어 위치 변환을 자유자재로 해야 한다는 ‘전환이론’을 주장했다. 보이드는 영향력있는 세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976년 ‘파괴와 창조’를 선보였고 ‘전쟁의 형태(the Patterns of Conflict)’는 몇차례 수정을 거쳐 1995년 최종판을 발간했다. 1987년 ‘지휘통제를 위한 구조와 설계’를 발표했다. 그는 미 해군의 F15와 미 육군의 F16의 개발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보이드는 미 국방부 체계분석단에서 전투기 마피아라는 그룹을 결성해 F18도 개발했다.
04.16
정치인 영화 ‘길 위에 김대중’과 ‘건국전쟁’ 두편이 연달아 개봉됐다. 어떤 사람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지도자라고 한다. 한편 한 대통령은 아직도 빨갱이 취급을 당하고, 한 대통령은 독재를 하다가 쫓겨났다.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건국전쟁’ 영화에서 침묵하거나 왜곡하는 내용에 대해 몇가지를 짚어 본다. 첫째, 건국전쟁은 새로 나라를 세우거나 빼앗긴 나라를 찾는 전쟁이다. 전쟁에는 반드시 아군과 적군이 피를 흘리며 승자와 패자가 있다. 임시정부는 미국 전략정보국과의 연합작전 ‘이글 프로젝트’를 준비했으나 작전 이전에 일본이 항복했다. 8월 18일 미군과 입국했다가 일본군이 거부해 비통한 심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연합작전 이전에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승전국 대우를 받을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런데 건국 과정에서 최소한의 상징적인 민족반역자 처벌이 없었다. 반면 이념대립으로
04.09
파키스탄은 이슬람권 국가 중 유일하게 핵무기 보유국이다.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국경분쟁과 인도의 핵무장에 맞대응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이슬람의 보검’이라 칭하면서 이슬람 국가들의 재정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파키스탄의 핵개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파키스탄이 핵을 다 개발할 경우 그 기술을 리비아에 들여오려는 의도였다. 미국의 경제제재 등 어려운 국면에서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콰디르 칸(Khan)’은 유럽으로부터 핵기술을 은밀하게 들여와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성공시켰다. 파키스탄에게는 인도의 주요 도시들을 핵무력의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투발수단이 없었다. 중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없었던 파키스탄은 북한과의 커넥션을 모색했다. 북한은 사거리가 2000km 내외인 대포동 1호와 사거리 1000km 내외인 노동 1호,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 등 다양한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정부는 1
04.02
지난해 여름 임무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한명의 해병이 순직했다. 사고 직후 대통령은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에 휘말려 정치적 논란이 증폭되면서 종결짓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보직해임돼 재판을 받고 있고, 박 대령의 수사결과를 결재한 뒤 번복했던 당시 국방부장관은 최근 호주대사로 임명된지 25일 만에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1세기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에서 이런 군대의 실상을 지켜보는 국민과 군 복무를 앞둔 청년세대들은 과연 무슨 생각이 들까? 국방부가 박 대령에게 처음 적용한 ‘집단항명수괴죄’는 30년 넘게 군에 몸담았던 필자도 처음 들어보았다. 그만큼 초유의 사태로서 국민적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군대는 임무의 특성상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 절대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군형법
03.26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과 중동의 불안정성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장기화로 고립화된 러시아에게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 내부의 불협화음을 봉합하고 대서양 국가들의 단결을 가져왔다. 러시아가 취한 나토와의 대립각과 반미 주장이 큰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은 서방세계의 분열을 가져왔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히고 지원한 반면,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유럽연합이 취해야 할 입장을 놓고 격렬한 의견 대립이 벌어졌다. 국가들 사이의 입장차 뿐만 아니라 각 국가 내부에서의 사회적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적인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차츰 밀려나는 모양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모두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언제까지 두 분쟁에 개입과 지원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미국 대선은 그 불확실성을 더
03.19
2023년 12월 제8기 9차 노동당 전원회의의 결정문에서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규정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평정해 북한에 편입하겠다”는 호전적 선언을 했다. 이에 맞서 연초 윤석열 대통령과 통일부, 국방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강대강 방침을 천명했다. 한국내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한반도정세가 1950년 6월 이후 가장 위기라고 전망한다. 북미 협상에 깊이 관여한 로버트 칼린과 해커 교수가 38노스에 ‘한국전쟁 직전과 같이 위험하다’는 칼럼을 게재하며 한반도 위기론이 확산됐다. 과연 전쟁 징후는 있는가. 그렇지 않다. 첫째, 한미연합사는 ‘전쟁 징후목록’을 작성해 24시간 북한지역의 부대이동, 군통신, 군수품 비축 등과 같은 전쟁준비태세를 감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전쟁징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 남북 모두 막대한 양의 탄약을 러시아-우크라이나
03.12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겨냥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그 이유와 관련해 3가지 관점이 제기되었다. 첫째, 남북관계 지속이 북한체제를 내부적으로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관계 단절을 통해 남한을 정복할 명분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셋째,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체제를 한국과 무관한 체제로 인정받음으로써 체제를 보존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이러한 관점은 한반도 현상유지 또는 변경과 관련이 있다. 4강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구상 유일 지역이란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특성으로 인해 어느 주변국도 한반도 현상변경을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들 관점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듯하다.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표방한 것은 관계 유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는 반면 손해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게다. 한반도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4강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구상 유일한 지역이다. 한반도가 분단된 것도, 남북통일이 쉽지 않은 것도, 북한이 핵무
03.05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북한에서는 국제부녀절이라 불리고 국가명절로 지정되어 있다. 북한에서는 국제부녀절에 남성이 여성에게 꽃과 선물을 전하고, TV와 신문 등을 통해 국제부녀절을 기념한다. 북한 사회에서 남녀평등은 이미 이루어졌고 여성은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가장 좋은 날이 국제부녀절인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북한 사회에서 남녀평등은 이루어졌을까? 80여년 전에 머물러 있는 남녀평등 북한은 1946년 7월 30일 ‘남녀평등권법령’을 제정하며 여성의 정치 경제 사회적 권리를 보장했다. 당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서는 매우 급진적인 시도였고, 과거의 불평등한 구조와 차별적인 여성의 삶을 변혁하는 데 기여했다. 정치에 참여할 권리와 경제활동에 대한 여성의 소유권이 없고 결혼과 이혼의 자유가 없던 당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했던 시도는 근대화와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개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진전은 없었다. 2010년 제정한 ‘녀성권리
02.27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손자병법의 경구에서는 적을 아는 것이 앞에 나온다.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자신을 아는 것보다 더 먼저라는 뜻도 있는 것 같다.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든 동족으로 생각하든 현재의 군사적 대결과 전쟁 위험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아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단추다. 북한을 아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정보부족보다는 선입견 또는 고정관념일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된 사회라 해도 필요한 대외발표는 빠짐없이 한다. 한편 북한은 나쁘고 이상한 나라라는 고정관념은 남한 뿐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넓게 퍼져 있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를 ‘합리적 행위자’로 간주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국민의 생사안위가 달려있는 전쟁 문제에서 그런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어느 나라든 안보와 경제는 국가정책의 양대축이다. 북한도 오랫동안 추진해 오던 소위 ‘핵·경제 병진노선’은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과 이듬해 남
02.20
김정은의 협박으로 연평도와 백령도에 긴장감이 감돈다. 북방한계선(NLL) 근방에서 작전하는 해군함정을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신형 지대지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발사를 참관하면서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동·서해안으로 미사일을 쏘아댔고 해상경계선을 국경선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도발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현시점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과 전면전 수행 눙력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북한의 대남도발은 국지 및 비국지 도발과 전면전 도발로 나눌 수가 있다. 먼저 국지도발을 보면 지상, 해상, 공중, 기타 도발 등이다. 그동안 북이 자행한 도발은 1130여회가 되는데 그중 해상도발이 절반인 50%를 차지한다. 지상도발은 500여회로 45% 정도다. 공중도발은 5%다. 기타 사이버와 정치심리전 공격 및 GPS교란 등을 들 수 있다. 비국지도발 가능성은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및 장사정포 발사
02.13
지난 1월 치러진 타이완 총통선거 결과에서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해 민진당이 세번 연속 집권하게 되었다. 총통선거에서는 이겼지만 입법위원은 기존 61석에서 10석 줄어든 51석을 차지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국민당은 38석에서 52석으로 제1당이 됨으로써 우리나라처럼 여소야대 정국이 되었다. 한국이 다른 나라 선거에 큰 관심이 있다면 우리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선거 결과다.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선거 결과는 정책변화보다는 인물만 바뀌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다. 타이완 선거 결과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분단국가로써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정권교체에 따른 중국과의 긴장관계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타이완은 민주·자유·인권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역사·군사·정치·경제·외교 측면에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역사적으로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를 겪었으며, 3.1운동과 신해혁명, 건국 시기도 비슷하다. 군사안보적으로는 전쟁을 겪고, 분단된 상태에서
02.06
작금의 한반도 정세는 엄중하다. 미중간의 전략경쟁 속에 남북 간, 북미 간 대립과 대결이 지속되고 있다. 한중 간, 한러 간 불편한 관계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은 고착화되는 느낌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남북한은 서로를 적으로 규정했다. 적대관계의 최정점에 양정상이 우뚝 서 있다. 최근 남북 당국자들이 내뱉는 말폭탄과 양측의 신무기 시험과 군사훈련은 방어적 성격을 뛰어넘어 치킨게임을 하는 듯하다. 한반도 상황은 일촉즉발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남북한 지도자들은 하루가 멀다 할 만큼 전쟁 얘기를 하고 미국의 전문가들도 한반도 전쟁론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북한은 1월 15일 제14기 제10차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80년 간의 남북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한반도에 병존하는 두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대남정책을 새롭게 헌법화했음을 공개했다.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