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민심이반을 파병설로 덮으려 한다는 의구심

2024-10-29 13:00:01 게재

최근 안보 이슈가 국내정치 이슈와 연계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의 파병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3일 후 미국방장관도 파병설에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정보력을 과시한 후 뒤늦게 미국이 확인해주는 수순이다. 신속한 한국과 신중한 미국이 대별되는 모습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그토록 자랑하던 한미정보당국의 찰떡공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북한은 파병설을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다가 간접 시인하는 듯하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강변한다. 부인하지 않는 것과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파병설을 인정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이라면 우리에게는 당연히 심각한 안보이슈이다. 북한의 파병조치가 북러 신조약에 따른 것이라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자동 군사개입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동군사개입이 북한에게 있어 강력한 체제보위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러시아의 첨단 군사 장비와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되면 핵능력에 기반한 북한의 군사력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우리의 안보가 보다 상시적인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우려스러운 윤석열정부의 북한군 파병대응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우리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북한의 핵문제와 러시아 파병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명백히 불법행위로 규정된 것인 만큼 강력한 규탄이 요구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매우 우려스럽다. 남북간 전쟁을 조장하는 듯한 여당의원과 당국자간 주고받은 문자 메세지는 신중한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언급하며 위기를 부추기는 대통령의 언행과 닮은 꼴이다.

‘무기 지원까지 검토할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살상무기 지원’이라는 섬뜩한 말이 과연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일까? 다수의 국민들은 주가조작 이슈를 파병설 이슈로 덮으려는 소위 ‘이슈 체인지’라는 의구심을 가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힘에 의한 양안관계의 현상변경 반대 등을 언급했다. 한러, 한중관계를 고려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지원을 만지작거리는 정부와 신중을 요구하는 국민여론과의 간격은 크다. 교전국에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법 해석도 문제다.

방위사업법 제57조와 제68조에 따르면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거나 전쟁·테러 등과 같은 긴급한 국제 정세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방산물자나 국방과학기술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대외무역법이나 전략물자수출입고시 등에도 “해당물자가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해 수출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들이 분쟁국에 전쟁 물자의 지원을 허용 혹은 제한하는 직접적 규정은 아니다.

우리는 규정들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만 한다. 국제평화, 국가안보 등의 명문이 들어간 이유는 수출된 방산물자들이 오히려 우리 국가안보에 위해를 초래하거나 국제평화를 위협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법정책적인 함의가 담겨져 있다. 상시적으로 전개되는 방산물자 수출과 교전국에 살상무기 지원은 경우가 다를 수 있다.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하여 국제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살상무기 지원이 합법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불안한 안보상황에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를 부추길 수 있는 국내적 목소리가 존재한다면 법이 재량을 부여한 통치행위, 행정행위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참에 분쟁국에 군대 파병뿐 아니라 무기 지원도 국회에 보고 혹은 동의하는 명시적 절차를 만들어 놓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외교안보사안 정치적 이용은 지지 못받아

북러간 군사 협력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한다고 갑자기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미국, 나토 등의 국가들과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공조 체제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 우선할 일이다. 대북전단과 대남오물풍선, 대북확성기와 대남귀신소리방송의 피해자는 우리 국민들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있는 외교안보 사안을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결코 얻을 수 없음을 정부는 꼭 상기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