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김일성 사망 30주기 추도 분위기와 김정은 우상화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의 사망은 남북한 사회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김일성 사망 소식은 그 자체로도 충격이었지만 그 소식에 몇날 며칠을 눈물 흘리던 북한 주민의 모습이 더 충격적이기도 했다. 제 부모를 잃은 것처럼 슬퍼했던 날로부터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그 사이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이 집권하고 최근 김정은의 북한 만들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김일성 사망 30주기는 북한에서 어떤 의미일까.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4.15’ ‘4월 명절’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김정은정권의 선대지우기가 가시화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일성 사망 30주기를 앞두고 ‘민족 최대의 추모의 날’이라며 노동신문에 김일성의 사상 이론 활동을 조명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하고, 사회과학원 원장 및 과학·교육계, 당 간부 양성기관 등 관계자가 참석하는 사회과학 부문 연구토론회를 열어 김일성의 업적을 칭송했다.
또한 여맹 직맹 청년동맹 농근맹 등 근로단체들은 추모행사를 열었고 김일성의 업적을 토론하는 ‘덕성발표모임’을 개최했다. 청년동맹은 청년운동사적관을 참관하며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
이러한 덕성발표모임이나 근로단체의 여러 활동이 올해에 특기할 만한 내용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덕성발표모임은 김일성 생일에도 개최되곤 했는데 그 목적은 결국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기리고 최고지도자와 조국에 대한 충성과 헌신을 강조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있다.
김일성 소환해 내부 결속 강화
최근 북한의 사상통제 강화, 특히 청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북한당국의 다차원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일성 사망 30주기를 기점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행사는 주민의 사상통제 사상강화를 위한 장치로 활용되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김일성을 ‘절세의 애국자’ ‘만인의 은인’으로 표현하며 김일성 덕에 오늘의 북한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재를 있게 한 사상과 주민의 충성심의 중요성을 재각인시키고자 했다. 더욱이 김일성을 영원히 받들어 모시기 위해서는 김정은에게 충성을 바쳐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김정은의 통치권력을 강화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 북한은 태양절 지우기에 이어 최근 김정은의 초상 휘장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김정은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김일성 사망 30주기를 맞아 ‘영원한 주체의 태양’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김정은이 선대와 거리두기를 해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대 존재의미 부여해 김정은 위치 자리매김
하지만 ‘추모’가 사망한 이를 현실로부터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며 기억하는 것이라고 할 때 선대로부터 김정은 자신을 거리두기 하는 것과 닿아 있다. 김일성 사망 30주기 기념과 추모는 김일성이 더 이상 현실을 지배하는 인물이 아니라 그저 그리움의 대상일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의 의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일성 30주기를 맞아 이루어지는 각종 추모행사는 김일성을 그리움의 대상으로 위치지우고 지금 현실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이는 김정은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지금 북한이 내세우는 수많은 업적을 김정은의 공으로 돌리고, 김일성은 이를 지켜보는 존재일 뿐 현실세계에서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선대와 거리두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또한 추모는 과거의 역사와 기억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추모는 김일성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통해 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연결하는 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어버이 수령께서 보시면 얼마나 기뻐하시랴’라는 표현은 어버이 수령의 후손으로서 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연결시킴으로써 어버이 수령을 기쁘게 하기 위해 김정은과 북한 주민 모두가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김정은이 지금과 같은 업적을 통해 어버이 수령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이 필요하고 이는 곧 어버이 수령을 기쁘게 하는 일이 된다.
김정은 우상화, 선대와의 거리두기는 선대를 지우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존재 의미를 새롭게 부여함으로써 김정은만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것도 선대와 거리두기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일성 사망 30주기를 어떻게 기념하느냐라는 형식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김정은 우상화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